2026.05.01 (금)
지난 4월 20일(월) 저녁 6시부터 약 2시간 30분 동안 서울 종로구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사)평화통일시민연대(상임대표 이장희, 이사장 윤영전, 이하 평화연대)가 <제10차 헌법 개정의 기본방향과 구체적 과제>를 주제로 내걸고 제150차 평화통일전략포럼을 개최했다. 좌장은 공동대표 윤조덕 박사였고, 참석자는 약 25명이었다.
이장희 상임대표(한국외대 명예교수)는 인사말에서 “그동안 9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개헌은 권력자의 유불리 시각에서 통치구조 중심으로 논의되었을 뿐 주권자의 현실과 미래 관점에서 요구되는 기본권 신장과 분단체제 극복에 관한 논의가 너무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송운학 개헌개혁행동마당 상임의장은 기조발제에서 “국민주권국가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이재명 대통령이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개헌은 내용과 방식 및 시기 등에 있어서 박근혜와 윤석열을 권좌에서 몰아낸 주권자의 높아진 눈높이와 관심 및 열망 등을 집중시키고 국내외에서 발생하고 있는 산적한 복합적 중첩위기를 돌파하기 어렵다.”면서 “국민의 힘이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어 국회문턱을 넘길지 여부도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송운학 상임의장은 온고지신 입장에서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진 개헌과정과 국내외로부터 야기된 중첩적 복합위기를 고찰한 뒤 “입법권과 행정권 및 사법권은 국회와 정부 및 법원이 각각 독점하고 있다. 외교ㆍ국방ㆍ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회부할 수 있는 권한마저 대통령이 독점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주권재민이 미사여구,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던 유신독재 헌법 제1조 제2항 후단처럼 ‘국민은 그 대표자나 국민투표에 의해 주권을 행사’하는 무늬만 민주공화국, 허울뿐인 민주공화국에서 살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진단했다.
특히, 송운학 의장은 “향후 개헌에서 설정해야 할 기본방향은 국민주권과 남북평화를 각각 보장하는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내용으로 ▼ 1조 2항 등 주권재민 관련 조항 개정, ▼ 영토조문(3조) 개정, ▼ 통일조문(4조) 개정을 제시했다.
예컨대, 그는 “독재자 이승만도 1954년 사사오입 개헌에서 민주공화국과 주권재민 관련 조문(헌법 1조와 2조) 및 국가안위에 관한 중대 사항 국민투표 자동회부 관련 조문(7조의 2)은 영원히 개정하거나 폐지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면서 “5.16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한 박정희가 헌법 1조와 2조를 통폐합한데 이어(시행 1963. 12. 17, 헌법 제6호, 1962. 12. 26, 전부개정) 유신쿠데타로 개헌안에 관한 단순한 국민발의마저 박탈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므로 그는 “이제 단순한 권리회복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단순한 개헌안 국민발의 또는 청원이 아니라 개헌안은 물론 법률안 및 정책안 등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인 국민발의로서 국회가 이를 거부할 경우 자동적으로 국민투표에 회부하고, 국회도 그 대안을 함께 제시하여 국민이 최종 확정하는 국민발안을 가장 중요한 개헌 으뜸과제로 설정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국민소환, 국민투표 등 협의의 직접민주제와 국민숙의 및 국민동참 등을 포함하는 광의의 직접민주제도 동시에 도입하고, 점진적으로 강화해 나가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상생평화와 관련해서는 “UN에서도 국가로 인정하는 이북정권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는 헌법장치인 제3조를 ‘통일된 조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하며, 통일 이전까지는 한반도의 군사 분계선 이남과 그 부속도서로 하며, 비무장 지대는 남북 공동 영토로 한다.’로 고치며, 흡수통일을 암시하는 제4조 역시 ‘대한민국은 남북의 상생평화통일을 지향하며, 쌍방의 합의와 상호신뢰 등에 입각한 평화공존, 상생번영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로 고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밖에도 “헌법 전문에 나오는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라는 문안 역시 남북 대립과 불신 및 적대 등을 조장하고 고착·강화시키는 근본원인 가운데 하나”라면서 “이 부분을 ‘우리나라의 민주개혁과 조국의 평화적 통일이라는 역사적 사명에 입각하여’로 고치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라고 덧붙인 뒤 ‘정전평화선언 10만인 서명운동’이라는 파격적 구상을 공개하며 각계각층의 연대를 제안했다.
한편, 시민사회와 학계 및 법조계 그리고 언론계와 원내소수 진보정당 등 각각 자기입장에서 동참했던 지정토론자들은 다양한 각종 보완의견을 자유롭게 쏟아냈다. 하지만, 송운학 의장이 제안한 아래와 같은 주요쟁점별 해법을 비롯한 기조발제에 대해 적극적인 반론을 제기한 전문가들은 적었다.
o 종합선물 세트 패키지와 같은 전부전면 개헌보다 숙의가 용이하고 심리학적으로 기억하기 쉬운 3가지 이내의 조문별, 조항별 찬반표시가 가능한 점진적, 부분적 개헌을 실시하자.
o 지선과 총선 등과 개헌투표 동시실시와 함께 이와 별도로 매년 최소 1회 이상 등 개헌국민투표 정기실시를 병행하자.
o 헌법 개정안이 아닌 일반 법률의 제정과 개정 및 폐지 그리고 각종 정책 도입과 변경 및 폐지 등에 관해서는 헌법 26조(청원)에 “10만인 이상 국민이 서명하여 종이문서 또는 전자문서로 제출한 청원에 대하여 국가가 6개월 이내에 심사할 의무를 다하지 못할 경우에는 관련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민형사상 책임을 지며, 자동적으로 국민투표에 회부한다.”는 취지로 제3항을 신설하자.
o 헌법조문과 조항 등을 각각 개폐절대 불가, 경성헌법, 연성헌법 등으로 구분하고, 개헌시점은 물론 국민발안 방식과 기준을 각각 아래와 같이 달리 설정하고, 여러 절차를 병행하거나 조합하자.
▼ 개폐불가 : 20년 주기 등으로 선정하고, 100만 명 이상 등 엄격한 서명방식 외에도 시민의회 방식, 풀뿌리 원탁회의에 기초한 다층적 다단계 숙의과정 등 병행
▼ 경성헌법 : 50만 명 이상 등 전통적인 서명방식 외에도 시민의회 방식, 풀뿌리 원탁회의에 기초한 다단계 다층적 숙의과정 도입 중 택일하여 2가지 방식 동시 활용
▼ 연성헌법 : 25만 명 이상 등 쉬운 서명방식과 시민의회 방식 및 풀뿌리 원탁회의에 기초한 다단계 다층적 숙의과정 중 택일
하지만, 제1지정토론자로 나선 창원대 명예교수 겸 전 헌법학회장 최용기 박사는 “발제내용에 크게 공감한다.”면서 “헌법을 단순한 법률 문서가 아닌, 민족사의 장구한 흐름을 담아내는 살아 있는 규범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기 나름대로 이에 필요한 주요 내용을 제시했다. 겹치는 부분이 많았지만, ‘종전평화선언 10만인 서명운동’에 대해서는 “대중적 지지가 적어 달성하기 어렵고, 우리나라가 정전협정 당사자가 아니라서 법적 효력도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구대 명예교수 양재섭 박사는 “헌법 전문에 ‘3.1혁명’이라는 명칭을 사용해야 한다.”면서 “친일 잔재와 국가주의적 사고 청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상운 변호사는 “대한민국이 과연 지금까지 진정한 의미의 민주와 공화를 경험한 적이 있는지?”를 되물으면서 거대양당에 유리한 선거제도와 정치자금 과잉지급 등 헌법 주요 조문이 갖고 있는 현실적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하며, 부분개헌이 아니라 현행 헌정 질서의 본질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전면 개헌을 주문했다.
권명숙 진보당 서울시당 부위원장은 “당론이 아닌 개인의견이지만, 국민이 배제된 정치적 합의의 위험성을 경고한 발제자의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개헌은 정치적 공방의 대상이 아니라 국민이 참여하여 자기 삶을 구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것이어야만 한다. 진보당은 이미 ‘국민참여 개헌절차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요지는 프랑스가 국민개헌 대토론회를 개최한 것처럼 우리도 '헌법개정 국민참여회의(국민참여회의)'를 통해 국민의 참여와 토론으로 개헌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민족적 화합과 통일을 위한 헌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고 설명했다.
평화연대 공동대표 문정기 박사 역시 “국민발안 등 직접민주제 도입과 남북평화 기반조성 필요성 등에 공감한다.”면서 “국민적 합의를 형성하는 제도적 장치가 우선되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권오철 촛불민심관철 시민연대 사무총장은 “헌법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선거제도”라면서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구조, 즉 양당 공생 기득권 유지구조 단절이 마련되지 않는 한, 어떤 헌법도 실질적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자민주제 등 SNS 시대에 맞는 신속한 헌법 개정 시스템과 직접민주제 도입이 필요하며, 민족 또는 민족개념은 단순한 과거유산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활용 가능한 코리언 공동체의 전략적 자산”이라면서 “정체성은 물론 국가경쟁력과도 직결되는 중대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평화연대 공동대표 최자영 교수는 정부의 개헌내용과 추진방식에 대해 신랄할 정도로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부마항쟁, 5.18의 헌법전문 게재는 그 정신의 계승에서 당연한 것이지만, 권력구조 개혁을 동반하지 않는 한, 사문화(死文化)될 위험성을 가진 미사여구에 불과하며, ‘지방 균형발전’이라는 정부의 개헌구호 역시 지역분권이라는 표현을 애써 피함으로써 중앙정부 위주의 지역 길들이기로 진행될 위험성을 깔고 있다”고 경고했다.
즉, “2018년을 전후로 시민단체, 국회, 청와대 등이 국민발의권을 강화하는 각종 개헌안을 이미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만 좋아할 뿐 국민발안권 등 국민의 직접 결정권을 ‘가로막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포럼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 문제의식은 분명했다. 현재의 개헌 논의가 여전히 정치권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국민은 실질적으로 배제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개헌의 방향 역시 대의제 중심에서 국민 참여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강하게 제기되었다. 다시 말해, 헌법은 권력 구조를 규정하는 문서가 아니라 국민 의사를 실현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공유된 것이다. 특히, 실천방안에 대해서는 소수의 회의적 반응도 있었지만, 영토조문과 통일조문 등을 개정하여 남북평화공존과 한반도상생번영의 기반을 조성해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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