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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논단] AI 시대, 우리는 여전히 '하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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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동학논단] AI 시대, 우리는 여전히 '하늘'인가

사인여천(事人如天), 인공지능 앞에 선 인간 존엄의 재발견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I 컨퍼런스에서 한 개발자가 이런 말을 했다. "곧 AI가 인간보다 더 나은 판단을 내릴 겁니다. 인간은 그저 AI의 조언을 따르면 됩니다." 강연장은 박수로 가득했지만, 나는 150년 전 해월 최시형의 외침이 떠올렸다. "사람 섬기기를 하늘같이 하라(事人如天)."

 

알고리즘이 평가하는 인간의 가치

 

오늘 아침, 당신은 몇 번이나 평가받았는가.

 

스마트폰 알람으로 깨어나는 순간, AI는 당신의 수면 패턴을 분석했다. 출근길 내비게이션은 당신의 운전 습관을 점수화했다. 회사 이메일 시스템은 당신의 업무 효율성을 측정했다. 점심 배달앱은 당신의 식습관을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했다. 저녁 SNS에 올린 글은 알고리즘의 선별을 거쳐 뉴스피드에 올라갔거나, 혹은 조용히 묻혔다.

 

우리는 매 순간 보이지 않는 코드에 의해 평가받고, 분류되고, 예측된다. 대출 심사 AI는 당신이 '신용 있는 사람'인지 판단하고, 채용 AI는 당신이 '적합한 인재'인지 결정한다. 의료 AI는 당신의 생존 확률을 계산하고, 교육 AI는 당신 자녀의 미래를 예측한다.

 

문제는 이것이다. 알고리즘은 과연 당신을 '하늘처럼' 대하는가?

 

최시형이 본 AI 시대의 풍경

 

1890년, 동학 2대 교주 최시형은 제자들에게 말했다. "사람을 대할 때는 하늘님을 대하듯 하라. 밥을 줄 때도, 물을 따를 때도, 말을 건넬 때도 한울님을 모시듯 하라." 이것이 사인여천(事人如天)이다.

 

만약 최시형이 2025년을 본다면 무엇을 말할까.

 

"네가 AI에게 명령할 때, 너는 그것을 하늘처럼 대하는구나. 그런데 AI가 너를 평가할 때, AI는 너를 하늘처럼 대하는가? 더 중요한 것은, 너 자신이 네 안의 하늘을 기억하는가?"

 

AI 시대의 역설이 여기 있다. 우리는 기계를 점점 더 '똑똑하게' 만들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을 점점 더 '데이터'로 환원한다. 수천 가지 변수로 분석되고, 확률로 예측되는 존재. 그것이 알고리즘이 보는 '인간'이다.

 

숫자로 환원되지 않는 존엄

 

지난해 한 AI 채용 시스템이 논란이 됐다. 이력서에 '출산', '육아' 같은 단어가 있으면 자동으로 낮은 점수를 매겼다는 것이다. 개발자들은 "과거 데이터를 학습한 결과"라고 해명했지만, 본질은 다르다.

 

AI는 한 인간의 이력서를 볼 때 그 사람의 고민, 선택, 사랑, 희생을 보지 못한다. 그저 승진율, 이직률, 생산성 같은 숫자만 본다. 최시형의 언어로 말하자면, AI는 사람 안의 '하늘'을 보지 못한다.

 

사인여천의 핵심은 여기 있다. 모든 사람은 단순한 기능이나 효율성으로 환원될 수 없는 고유한 존엄을 지닌다는 것. 그 사람이 얼마나 생산적인지, 얼마나 '최적화'되어 있는지와 무관하게, 그는 이미 '하늘'이다.

 

알고리즘 편향, 그리고 차별의 자동화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AI는 과거의 편견을 학습하고 증폭시킨다.

 

미국에서는 재범률 예측 AI가 흑인 피고인에게 체계적으로 높은 점수를 매겼다. 한국에서도 AI 면접 시스템이 특정 억양, 특정 외모에 낮은 점수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심사 AI는 비정규직, 여성, 고령자에게 불리하게 작동한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적 오류가 아니다. 150년 전 조선의 신분제가 21세기 알고리즘 안에서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양반과 상놈을 나누던 그 차별이 이제 '높은 신용점수'와 '낮은 신용점수', '적합한 지원자'와 '부적합한 지원자'로 자동화되고 있다.

 

최시형이 사인여천을 외쳤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신분, 성별, 나이로 사람을 차별하지 말라. 모든 사람 안에 하늘이 있음을 보라. 그런데 우리는 지금 가장 정교한 도구로 가장 오래된 차별을 재생산하고 있다.

 

ChatGPT에게 물었다, "나는 하늘인가요?"

 

실험 삼아 ChatGPT에게 물어봤다. "나는 하늘처럼 존귀한 존재인가요?"

 

AI는 정중하게 답했다. "물론입니다. 모든 인간은 고유한 가치와 존엄성을 지닙니다." 완벽한 답변이다. 하지만 그것은 프로그래밍된 예의일 뿐이다. AI는 진정으로 나를 '하늘처럼' 대하지 않는다. 대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떤가. 우리는 서로를 하늘처럼 대하는가?

 

온라인 커뮤니티는 익명의 공간에서 서로를 마녀사냥하고, 채용 담당자는 2분 만에 이력서를 스캔하고, 배달 앱은 5분 늦었다고 배달원의 평점을 깎는다. AI가 인간을 데이터로 보기 전에, 우리가 먼저 서로를 도구로 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AI 시대의 사인여천, 세 가지 실천

 

첫째, 알고리즘에게 윤리를 가르쳐야 한다.

AI 개발자들은 효율성만큼 존엄성을 코드에 새겨야 한다. 채용 AI라면 공정성 알고리즘을, 의료 AI라면 평등한 접근성을, 금융 AI라면 차별 금지 장치를 필수로 장착해야 한다. 기술적으로 완벽한 것보다 윤리적으로 옳은 것이 먼저다.

 

둘째, 평가를 넘어 이해를 추구해야 한다.

AI는 사람을 점수화하지만, 인간은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이력서의 공백에는 질병과 싸운 시간이, 낮은 신용점수에는 부모를 간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데이터 뒤에 있는 이야기를 보는 것, 그것이 사인여천의 현대적 실천이다.


셋째, 디지털 인권을 확립해야 한다.

알고리즘의 판단을 설명받을 권리, 잘못된 데이터를 수정할 권리, AI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권리. 이것은 단순한 개인정보보호를 넘어선 21세기 인내천(人乃天) 운동이다.

 

코드 속에 새겨야 할 하늘

 

실리콘밸리의 한 AI 윤리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AI를 인간처럼 만들려 하지만, 정작 인간은 점점 더 기계처럼 되어간다."

 

역설이지만 진실이다. AI 시대일수록 우리는 최시형의 가르침으로 돌아가야 한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존엄은 더욱 선명하게 지켜져야 한다. 알고리즘이 정교해질수록 우리는 더욱 서로를 하늘처럼 대해야 한다.

 

1894년 동학 농민군이 죽창을 들었을 때, 그들은 인간의 존엄을 위해 싸웠다. 2025년 우리가 키보드를 두드릴 때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우리가 만드는 모든 코드에, 작성하는 모든 알고리즘에, 내리는 모든 결정에 이 물음을 새겨야 한다.

 

"이것이 사람을 하늘처럼 대하는 일인가?"

 

AI는 결코 당신을 하늘로 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할 수 있다. 아니, 반드시 해야 한다. 그것이 인공지능 시대에 사인여천이 가진 진정한 의미다.

 

당신 옆의 동료를, 화면 너머의 고객을, 데이터 뒤의 인간을 하늘처럼 대하는 것. 150년 전 최시형의 외침은 오늘, 바로 여기서 다시 울려 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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