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8 (월)
진실성, 단순한 덕목인가 변화의 원동력인가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를 요구한다. 개인은 자기계발을, 조직은 혁신을, 사회는 개혁을 외친다. 그러나 많은 변화 시도들이 피상적이고 일시적인 효과에 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용』이 제시하는 '성(誠)'은 이 질문에 대한 근본적 답을 제공한다. 성은 단순한 도덕적 덕목이 아니라, 존재와 변화의 근원적 원리이자 지속가능한 혁신의 동력이다. 더 나아가 한국의 동학사상이 보여주듯, 이러한 성의 철학은 개인적 수양을 넘어 사회적 변혁의 토대가 될 수 있다.
1. 성(誠)의 이중 구조: 존재론적 근거와 실천적 과제
1) 하늘의 도로서의 성(誠者 天之道)
중용에서 "성자는 천지도(誠者 天之道)"라고 할 때, 성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가치가 아니라 우주의 근본 원리다. 이는 "생생지위성(生生之謂誠)" - 끊임없이 생명을 낳고 펼치는 것이 성이라는 명제로 구체화된다.
성은 정적인 진실이 아니라 역동적인 생성의 힘이다. 봄이 되면 자연스럽게 새싹이 돋듯, 성은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의 자기실현이다. "지성무식(至誠無息)" - 지극한 성은 쉼이 없다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성은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완성해가는 과정 자체다.
2) 인간의 도로서의 성(誠之者 人之道)
그러나 인간에게 성은 주어진 것이면서 동시에 성취해야 할 과제다. "성지자는 인지도(誠之者 人之道)"에서 '성지(誠之)'는 성을 이루려 힘쓰는 것, 즉 의도적이고 지속적인 실천을 의미한다.
이것이 중용 수양론의 핵심이다. 거경(居敬)으로 마음을 모으고, 궁리(窮理)로 사물의 이치를 탐구하며, 성찰(省察)로 감정을 조율하고, 역행(力行)으로 앎을 실천에 옮기는 것. 이는 "작게 매일"의 일관된 진실성을 통해 품성을 기르는 기술이다.
2. 성의 작동 원리: 감화를 통한 변화
1) 강제가 아닌 감화의 리더십
성의 가장 독특한 특징은 그 작동 방식에 있다. 중용은 "성은 이름 없이도 이르고, 행적 없이도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이는 진정성 있는 변화가 강압이나 선전이 아닌 '감화(感化)'를 통해 일어남을 의미한다.
현대적으로 번역하면, 지속가능한 리더십은 화려한 비전 선언이나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의 작은 행동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신뢰에 기반한다. 성실한 장인의 작품이 자연스럽게 인정받듯, 성에 기반한 변화는 느리지만 깊고 오래간다.
2) 자기완성과 상호완성의 동시 추구
성의 또 다른 특징은 "충(忠)"과 "서(恕)"의 결합에서 드러난다. 충은 자기 안의 성을 온전히 다하는 것이고, 서는 그 성을 타자에게 미루어 베푸는 것이다. "성은 스스로를 이루고, 또한 남을 이룬다"는 명제가 보여주듯, 성은 자기완성과 타자완성을 대립시키지 않는다.
이는 현대의 극단적 개인주의나 무책임한 집단주의를 모두 넘어서는 관계론적 윤리를 제시한다. 나의 성실함이 타자의 성실함을 불러일으키고, 그것이 모여 사회 전체의 신뢰 기반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3. 인식론적 전환: 지식과 성실성의 상호내재
중용의 급진적 통찰 중 하나는 인식론에 관한 것이다. "진정으로 성하면 알지 못하는 것이 없다"는 명제는 지식을 단순한 정보 축적이 아니라 성의 개명(開明)으로 본다. 마음이 성실할수록 사물의 이치가 분명히 보이고, 분명히 볼수록 성이 더 깊어진다는 순환 구조다.
이는 현대 교육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참지식은 가치중립적 정보가 아니라 성실성의 정도에 비례한다. 교사의 성실한 삶 자체가 최고의 교육과정이 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는 만큼 행하고, 행한 만큼 안다"는 앎과 삶의 일치가 진정한 교육의 목표다.
4. 동학과의 만남: 성에서 시천주로
1) 내재적 하늘의 발견
한국의 동학사상은 중용의 성 개념을 한 차원 더 발전시켰다. 동학의 핵심인 "시천주(侍天主)"는 하늘을 외부의 절대자가 아니라 내 마음 중심에 모시는 것이다. 이는 중용의 "성자는 천지도, 성지자는 인지도"와 같은 맥락이다.
하늘의 도가 인간 내면에서 구현된다는 것, 이것이 바로 성과 시천주의 공명점이다. 수운 최제우가 "한울님"을 한자어 "상제"가 아닌 우리말로 표현한 것도 이런 내재성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2) 민중적 전환: 인내천의 혁명성
더 나아가 동학의 "인내천(人乃天)" 사상은 성의 감화력을 민중의 주체성으로 전환시켰다. 각자의 내면에 있는 하늘을 자각할 때, 신분과 계급을 뛰어넘는 평등한 인간관계가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이는 성이 개인의 도덕적 완성에 그치지 않고 사회 변혁의 동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성의 감화 → 생활혁명 → 사회변동"의 단계적 과정을 통해 근본적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갑오농민전쟁이 단순한 경제적 불만이 아니라 새로운 인간관에 기반한 혁명이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5. 현대적 적용: 성의 실천론
1) 개인 차원: 일관된 진실성의 루틴화
현대 사회에서 성의 실천은 무엇보다 "작게 매일"의 힘에서 시작된다. 커리어, 창작, 관계에서 말과 행동의 일치, 공적 약속과 사적 신념의 합치를 일상화하는 것이다.
이는 거창한 비전이나 완벽한 계획보다는 작은 약속을 지키는 습관, 즉흥적 감정보다는 일관된 원칙을 바탕으로 한 소통에서 구현된다. 중용이 말하는 "성신(誠神)" - 성이 신명처럼 막힘없이 통하는 경지는 이런 일상적 실천의 축적에서 나온다.
2) 조직 차원: 투명성과 지속성의 리더십
조직과 정치 영역에서 성에 기반한 리더십은 메시지보다 행위의 축적으로,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 신뢰로 평가받는다. 투명한 의사결정과 일치성(말·의도·행동의 합치)이 최고의 설득력을 갖는다.
특히 AI와 디지털 기술이 발달할수록, 인간다움의 핵심인 진정성의 가치는 더욱 부각될 것이다. 기술은 효율성을 높이지만, 신뢰는 여전히 인간의 성실함에서 나온다.
3) 사회 차원: 지속가능한 변화의 토대
기후위기, 사회 양극화, 기술의 역기능 같은 문제들은 기술적 해법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개인과 집단의 근본적 가치관과 생활양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런 변화는 강제나 계몽이 아니라 성의 감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성은 내면의 질서가 바깥의 질서를 설득하는 힘이다. 자신의 존재 방식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가 되는 것. 이것이 위기의 시대를 헤쳐나갈 우리의 나침반이 될 수 있다.
성의 시대를 향하여
"성은 드러내기보다 스며들어 바꾼다." 중용이 2천 년 전에 제시한 이 원리는 오늘날 더욱 절실하다. 급속한 변화와 즉각적 효과를 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 성은 느리지만 깊고 오래가는 변화의 방법론을 제시한다.
동학의 혜안처럼, 성은 개인적 수양에서 시작하지만 사회적 변혁으로 확장될 수 있다. 각자의 내면에서 하늘의 도를 자각하고, 그것을 일상의 작은 실천으로 구현하며, 타자와의 진실한 만남을 통해 사회 전체의 신뢰 기반을 만들어가는 것.
거창한 구호나 완벽한 시스템보다는, 매일의 작은 진실함에서 시작되는 변화. 이것이 중용에서 동학으로 이어지는 성의 철학이 우리에게 전하는 지혜다. 위기의 시대일수록, 성의 느리지만 확실한 힘을 믿고 실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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