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1 (목)
최근 우리 사회는 극심한 양극화와 혐오, 차별의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성별 갈등, 세대 갈등, 지역 갈등이 일상화되고, SNS에는 타인을 향한 비난과 조롱이 넘쳐난다. 이런 시대에 150여 년 전 동학의 2대 교주 해월 최시형(1827-1898)이 외쳤던 '사인여천(事人如天)'의 가르침이 새삼 절실하게 다가온다.
"사람 섬기기를 하늘같이 하라." 해월의 이 한 마디는 단순한 도덕적 권고가 아니다. 그것은 모든 인간이 본래 신성을 품고 있다는 혁명적 선언이었다. 스승 수운 최제우의 시천주(侍天主) 사상을 계승한 해월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하늘을 내 안에서 찾는 것을 넘어 타인 안에서 발견하라고 가르쳤다.
19세기 조선은 신분제가 엄격했던 사회였다. 양반과 상놈, 남자와 여자, 어른과 아이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했다. 그러나 해월은 "부귀한 자를 섬기는 것은 쉬우나 천한 자를 섬기기는 어렵다"며, 특히 천대받는 여성과 어린이를 하늘처럼 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사람이 한울님을 모시고 있기에 귀천의 차별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는 단순히 타인을 존중하라는 수준을 넘어선다. 사인여천은 내가 마주하는 모든 사람을 신성한 존재로 대하는 것이며, 그들을 통해 하늘을 만나는 것이다. 배달원을, 청소노동자를, 식당 종업원을, 길에서 마주친 낯선 이를 어떻게 대하는가.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하늘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해월의 사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사람뿐 아니라 천지만물이 모두 한울을 품고 있다고 보았다. "물 한 그릇도 함부로 버리지 말라", "풀 한 포기도 함부로 꺾지 말라"는 그의 가르침은 오늘날 생태위기 시대에 더욱 절실한 메시지다. 기후변화, 환경파괴, 생물다양성 감소로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는 지금, 모든 생명을 신성한 것으로 대하라는 해월의 목소리는 예언자적 통찰로 들린다.
무엇보다 사인여천은 일상의 혁명이다. 해월은 먹고 마시는 평범한 행위조차 '한울님을 봉양하는 것(養天主)'이라 했다. 거창한 종교의식이나 특별한 수행이 아니라, 매 순간
타인을 대하고 음식을 먹고 자연을 접하는 일상 자체가 신성한 실천이 되는 것이다. 이는 세속과 신성, 일상과 종교를 분리하지 않는 동학의 독특한 세계관을 보여준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사인여천을 실천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나보다 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을, 심지어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까지도 하늘처럼 대하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익명으로 누군가를 공격하기 전에, 그 사람 안에도 하늘이 있음을 기억하는 것이다. 편의점 알바생에게, 콜센터 상담원에게, 아파트 경비원에게 반말을 하기 전에, 그들이 곧 한울님임을 떠올리는 것이다.
해월은 동학농민혁명이 실패한 후 체포되어 교수형을 당했다. 그러나 그가 뿌린 사인여천의 씨앗은 3·1운동과 민주화운동으로 이어지며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해왔다. 모든 인간의 존엄과 평등, 생명의 신성함을 외친 그의 목소리는 15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오늘 내가 만나는 사람들 안에서 하늘을 볼 수 있을까. 해월의 질문이 우리에게 던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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