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8 (월)
1. 『동경대전』과 『용담유사』에 나타난 誠
최제우의 『동경대전』과 『용담유사』에는 誠과 至誠에 관한 언급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이는 誠이 동학 사상의 핵심 개념임을 보여준다.
『동경대전』 「論學文(논학문)」에서 최제우는 "誠則感天 敬則神明(성즉감천 경즉신명)"이라 하여, 誠의 영험함을 강조한다. 이는 『중용』의 "至誠如神"과 상통하는 명제로서, 至誠에 이르면 하늘을 감동시키고 신명과 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誠은 단순한 도덕적 덕목이 아니라 영적인 힘을 발휘하는 실재적 원리로 이해된다.
「布德文(포덕문)」에서는 "天心即人心 人心即天心(천심즉인심 인심즉천심)"이라는 천인합일의 원리를 제시한 후, 이것이 誠을 통해 실현된다고 설명한다. 인간이 至誠으로 한울님을 모시면, 인간의 마음이 곧 천심이 되고 천심이 곧 인간의 마음이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誠은 천인합일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이자 방법이다.
『용담유사』는 한글 가사체로 쓰여진 만큼 일반 민중에게 더욱 직접적으로 다가갔다. 「安心歌(안심가)」에서는 "지극한 정성 道文호되 不遠千里 찾아오니"라고 하여, 至誠으로 도를 구하는 자세를 강조한다. 또한 "誠敬信(성경신) 세 글자를 네 몸에다 가져두고"라고 하여, 誠, 敬, 信을 일상생활에서 실천해야 할 덕목으로 제시한다.
「敎訓歌(교훈가)」에서는 "한울님을 네 몸에 모셨으니 사근취원(捨近取遠) 하지말고 誠敬信 세 글자를 秘訣(비결)같이 守守(수수)하소"라고 하여, 誠敬信의 실천이 곧 한울님을 모시는 구체적 방법임을 명시한다. 여기서 誠은 형이상학적 개념이 아니라 일상에서 실천해야 할 구체적 덕목으로 제시된다.
이처럼 동학의 경전에서 誠은 한울님을 모시고(侍天主) 도를 실현하는 핵심 원리로서, 모든 사람이 실천해야 할 보편적 덕목으로 강조된다.
2. 시천주(侍天主) 사상과 誠의 관계
동학의 핵심 사상은 시천주(侍天主), 즉 한울님을 모신다는 것이다. 최제우는 1860년 4월 5일 신비 체험을 통해 한울님으로부터 영부(靈符)와 주문(呪文)을 받았으며, 이로부터 동학이 시작되었다. 시천주 사상의 핵심은 "侍天主造化定 永世不忘萬事知(시천주조화정 영세불망만사지)"라는 주문에 압축되어 있다.
시천주는 단순히 초월적 신을 외적으로 섬기는 것이 아니라, 한울님이 내 안에 계심을 자각하고 그를 공경하며 모시는 것을 의미한다. 「論學文」에서는 "吾心卽汝心(오심즉여심)"이라 하여, 한울님의 마음이 곧 나의 마음이라는 내재적 초월의 원리를 제시한다. 이는 인간 내면에 이미 신성이 내재해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천주는 어떻게 실현되는가? 여기서 誠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동학에서 誠은 시천주를 실현하는 근본 방법이자 태도이다. 至誠으로 한울님을 모실 때, 인간은 한울님과 하나가 되고 조화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용담유사』 「勸學歌(권학가)」에서는 "誠敬信 바탕하야 忍苦艱難(인고간난) 참아내면"이라고 하여, 誠敬信을 바탕으로 한 수행을 강조한다. 여기서 誠은 단순한 마음가짐이 아니라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실천적 태도와 결합된다.
「安心歌」에서는 "至誠感天(지성감천) 하올시니 疑心(의심)말고 믿어보소"라고 하여, 至誠이 곧 하늘을 감동시키는 힘임을 강조한다. 이는 『중용』의 "至誠如神"과 맥락을 같이하면서도, 더욱 직접적이고 체험적인 표현으로 민중에게 다가간다.
시천주 사상과 誠의 관계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誠은 시천주의 실천 방법이다. 至誠으로 한울님을 모실 때 비로소 진정한 시천주가 실현된다. 둘째, 誠은 천인합일의 매개이다. 誠을 통해 인심과 천심이 하나가 되고, 인간은 한울님과 합일하게 된다. 셋째, 誠은 영적 체험의 조건이다. 至誠에 이를 때 신묘한 조화의 경지를 체험할 수 있다.
3. 至誠과 영부(靈符) 수련의 의미
동학의 수행 체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영부(靈符)와 주문(呪文) 수련이다. 최제우는 신비 체험을 통해 한울님으로부터 영부와 주문을 받았으며, 이를 제자들에게 전수하였다. 영부는 열두 글자로 된 신령한 글자이며, 주문은 "侍天主造化定 永世不忘萬事知"라는 열세 글자로 이루어져 있다.
영부와 주문 수련의 목적은 한울님과의 합일, 즉 시천주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런데 동학에서는 이러한 수련이 至誠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강조한다. 「論學文」에서는 "誠敬信 三字法(성경신 삼자법)"을 제시하며, 이것이 영부 수련의 기본 자세임을 밝힌다.
『용담유사』 「安心歌」에서는 영부와 주문을 받은 후의 수련 과정을 상세히 설명한다. "靈符呪文(영부주문) 믿지말고 守心正氣(수심정기) 또한말고 至誠如神(지성여신) 이뿐이니 各自守心(각자수심) 하여보소"라고 하여, 영부와 주문 자체에 집착하지 말고 至誠으로 마음을 지킬 것을 강조한다.
이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동학의 수행이 단순히 주문을 외우거나 영부를 소지하는 외적 형식에 머무르지 않고, 至誠이라는 내적 태도와 실질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형식적 수련 없이 誠만으로도 도에 이를 수 있으며, 반대로 誠이 없는 형식적 수련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敎訓歌」에서는 "정성이 지극하면 感天動地(감천동지) 한다하되 정성이 없으면 虛事헛일 뿐이로다"라고 하여, 誠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한다. 또한 "외우는 주문보담 지키는 정성이요 외우는 영부보담 받드는 정성일세"라고 하여, 誠이 영부와 주문보다 더 근본적임을 명확히 한다.
최제우의 제자이자 2대 교주인 최시형(崔時亨)은 이러한 至誠 중심의 수행을 더욱 발전시켰다. 그는 "天地萬物 卽吾父母(천지만물 즉오부모)"라는 養天主(양천주) 사상을 제시하며, 일상생활 속에서 한울님을 모시는 구체적 실천을 강조하였다. 최시형에 따르면, 밥을 먹고 물을 마시는 일상적 행위도 모두 한울님을 모시는 일이며, 이를 至誠으로 행할 때 진정한 수행이 된다.
至誠과 영부 수련의 관계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誠은 영부 수련의 근본 태도이다. 형식적 수련보다 至誠이 더 중요하다. 둘째, 誠은 수련의 효험을 결정한다. 至誠이 있을 때 비로소 수련의 영적 효과가 나타난다. 셋째, 誠은 일상생활의 실천과 연결된다. 至誠으로 한울님을 모시는 것은 특별한 수행이 아니라 일상적 삶 속에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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