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09 (토)
可(옳을 가) — 한 글자에 깃든 이야기
♣ prologue : 장정의 입에서 나온 허락
먼 옛날, 사람들이 옳고 그름을 가리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무언가를 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그것을 판단하고 말해주는 이는 대개 한 집안의 어른, 장정이었습니다. 그의 입에서 "그래, 좋다" 한 마디가 나오면 비로소 일이 시작되었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옳다는 것은 무엇인가? 힘 있는 자의 입에서 나오는 허락의 소리."
그래서 탄생한 글자가 바로 可(가) 입니다.
口(입 구) — 말이 나오는 통로, 허락의 소리
丁(장정 정) — 다 자란 어른, 판단의 주체
장정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그리하여도 좋다"는 말, 그것이 곧 옳음이요, 허락이었습니다. 이 글자는 회의문자(會意文字)—두 가지 뜻을 합쳐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낸 글자입니다.
● chapter 1 : 可가 품은 일곱 가지 세계
한 글자 可는 혼자서 일곱 가지 이야기를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옳다(가)입니다. 도리에 맞다, 이치에 맞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잣대가 이 글자 안에 담겨 있습니다.
두 번째는 가히(가)입니다. "가히 아름답다", "가히 볼 만하다"처럼 충분히 그러하다는 인정의 표현입니다.
세 번째는 허락하다(가)입니다. 해도 좋다, 그리해도 된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내리는 따뜻한 승낙입니다.
네 번째는 마땅하다(가)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도리에 맞다는 뜻. 可는 단순한 허가가 아니라 '응당 그러해야 함'을 품습니다.
다섯 번째는 겨우(가)입니다. "겨우 그 정도"라는 뜻으로도 쓰입니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된다는 조심스러운 긍정입니다.
여섯 번째는 오랑캐(극)입니다. 뜻밖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같은 글자가 다른 소리로 읽히며 먼 이방의 사람들을 가리키기도 했습니다.
일곱 번째는 아내(극)입니다. '옳게 여기는 사람', 한 집안에서 서로를 인정하며 함께하는 반려의 이름이기도 했습니다.
옳음과 허락, 마땅함과 겨우, 그리고 사람의 이름까지—하나의 글자 안에 삶의 수많은 판단이 담겨 있습니다.
● chapter 2 : 可가 여행을 떠나다 — 갈래단어의 세계
可는 참으로 부지런한 글자입니다. 다른 글자들과 만나면서 끝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마치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래, 좋다" 한마디씩 건네는 어른처럼.
풀 초(艹)를 만나면 → 苟(매울 가)
풀의 매운맛, 혹은 구차하게나마 허락되는 상태. 옳음이 풀잎처럼 가늘게 이어지는 순간입니다.
나무 목(木)을 만나면 → 柯(가지 가)
나무에서 뻗어 나온 가지. 본줄기의 '옳음'에서 갈라져 나온 또 하나의 길입니다.
옳을 가(可)를 만나면 → 哥(형 가)
같은 말이 두 번 겹치면 형이 됩니다. "옳지, 옳지" 하고 다독여 주는 손위의 사람, 그 따뜻한 부름입니다.
말씀 언(言)을 만나면 → 訶(꾸짖을 가)
말로 "아니다"라고 바로잡는 일. 허락의 반대편에 서서 잘못을 지적하는 엄한 목소리입니다.
입 구(口)를 만나면 → 呵(꾸짖을 가)
입으로 호통치는 소리. 訶가 말의 꾸짖음이라면, 呵는 숨결에 실린 질책입니다.
수레 거(車)를 만나면 → 軻(굴대 가)
수레의 중심을 잡는 굴대. 옳음이 움직임을 지탱하는 축이 되는 순간입니다.
구슬 옥(玉)을 만나면 → 珂(흰 옥돌 가)
옥 중에서도 흰빛이 도는 귀한 돌. 옳음이 보석처럼 빛나는 이름입니다.
더할 가(加)를 만나면 → 哿(좋을 가)
더 좋음, 더욱 옳음. 기쁨이 곱절로 쌓인 글자입니다.
흙 토(土)를 만나면 → 坷(평탄하지 않을 가)
흙길이 고르지 않은 모습. 옳음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울퉁불퉁한 삶의 길입니다.
뫼 산(山)을 만나면 → 岢(산 이름 가)
어느 산의 이름. 옳음의 소리가 깊은 산자락에 내려앉았습니다.
불 화(火)를 만나면 → 炣(불 가)
타오르는 불. 옳음이 열기를 품으면 불꽃이 됩니다.
장수 장(爿)을 만나면 → 牁(배말뚝 가)
배를 묶어 두는 말뚝. 옳게 세워 둔 것, 단단히 붙들어 맨 것의 이름입니다.
대나무 죽(竹)을 만나면 → 笴(화살대 가)
곧고 바른 대나무, 화살의 몸통. 옳음이 가장 곧은 형태로 다듬어진 모습입니다.
배 주(舟)를 만나면 → 舸(큰 배 가)
강을 가르는 큰 배. 옳음이 넉넉한 크기로 물 위를 나아갑니다.
벌레 충(虫)을 만나면 → 蚵(도마뱀 가)
가벼운 생명체의 이름. 옳음의 소리가 작은 벌레에게까지 닿았습니다.
닭 유(酉)를 만나면 → 酠(쓴 술 가)
쓴맛의 술. 옳음이 혀끝에서는 쓰게 느껴질 때도 있음을 가르쳐 줍니다.
뼈 골(骨)을 만나면 → 骬(허리뼈 가)
몸의 중심을 지탱하는 뼈. 옳음이 사람의 기둥이 되어 주는 자리입니다.
고기 어(魚)를 만나면 → 魺(복어 가)
물속의 한 생명. 옳음의 음이 강물의 깊이까지 스며들었습니다.
이 치(齒)를 만나면 → 齣(물 가)
이로 깨무는 모양, 혹은 한 토막. 옳음이 이빨로 또렷이 구분되는 순간입니다.
▣ epilogue : 可, 그 글자가 전하는 메시지
可라는 글자를 다시 바라봅니다.
입(口) 하나, 장정(丁) 하나.
거창한 것이 없습니다. 어른의 입에서 나오는 "그래, 좋다" 한마디면 충분했습니다.
거기서 옳음이 생기고, 허락이 내려지고, 마땅함이 자리 잡고, 때로는 겨우 그만큼의 긍정이 주어졌습니다. 형이라 부르는 다정함이 태어나고, 잘못을 바로잡는 꾸짖음이 울리고, 수레의 굴대와 화살의 대와 큰 배와 허리뼈까지—옳게 세워져야 할 모든 것들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옳을 可, 입과 장정의 만남이 품은 것은 사람이 사람에게 건네는 수많은 "그래, 좋다"의 역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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