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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 기간’ (5.18.~8.31.) 운영 결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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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경찰청,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 기간’ (5.18.~8.31.) 운영 결과 발표

- 자진신고로 1,777명 접수, 처벌보다 치유・회복의 기회 제공

■ 넉 달간 1,777명 자진신고… 2024년 대전서 시작해 올해 전국 확대

 

경찰청은 지난 5월 18일부터 8월 31일까지 106일간 운영한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 기간'에 전국에서 모두 1,777명의 도박 청소년 신고가 접수됐다고 9월 7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경찰청(청장 직무대행 김종철)이 주관하고 교육부, 성평등가족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6개 기관이 함께한 범부처 합동 사업이다.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 제도는 2024년 대전경찰청이 처음 도입한 뒤 8개 시·도경찰청이 자체적으로 시행해 온 방식을 올해 처음으로 전국 단위로 확대한 것이다. 제도의 핵심 취지는 도박 문제를 겪는 청소년에게 스스로 도박을 끊고 치유와 회복에 나설 기회를 제공하고, 전문기관의 치유프로그램 연계를 통해 일상 복귀를 돕는 데 있다. 처벌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 청소년을 '단속 대상'이 아닌 '치료·보호 대상'으로 바라본다는 관점의 전환이 이 제도의 바탕에 깔려 있다.

 

자진신고가 접수되면 학교전담경찰관(SPO)과 전문상담사가 초기면담을 진행해 도박 문제의 수준을 평가한다. 그 결과에 따라 전문기관의 맞춤형 치유프로그램에 연계하고, 이후 도박 금액과 반성 태도, 치유프로그램 이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도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훈방이나 즉결심판 청구 등 선처를 결정한다. 이후에도 학교전담경찰관과 전문기관이 사후관리를 이어간다.

 

■ 신고자 66.6%가 학교전담경찰관 교육·홍보로 결심

 

이번 자진신고 기간에는 전국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도박 예방교육과 자진신고 기간 홍보가 병행됐다. 그 결과 신고에 이르게 된 계기로는 학교전담경찰관(SPO)의 교육·홍보가 1,183명(66.6%)으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인터넷·포스터 등 홍보매체를 통한 인지가 243명(13.7%), 친구 등 주변의 권유가 180명(10.1%), 학교의 홍보·안내가 110명(6.2%) 순이었다.

 

이 수치는 청소년 도박 문제 해결에서 학교 현장의 접점이 결정적임을 보여준다. 도박은 그 특성상 은폐되기 쉽고 청소년 스스로 문제를 드러내기 어려운 영역이다. 신고 계기의 3분의 2가 학교전담경찰관을 통했다는 것은, 청소년과 일상적으로 접촉하는 신뢰 기반의 전달자가 있어야 비로소 자진신고라는 결단이 가능해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신고 유형을 보면 청소년 본인이 직접 신고한 경우가 1,501건(84.5%)으로 압도적이었고, 보호자 신고는 276건(15.5%)이었다. 본인 신고 비율이 이처럼 높다는 사실은, 도박 문제를 겪는 청소년 다수가 스스로 벗어나려는 의지를 품고 있으면서도 마땅한 계기와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음을 방증한다.

 

■ 고등학생 54.2%, 중학생 45.8%… 평균 연령 15.5세

 

학교급별로는 고등학생이 963명(54.2%)으로 가장 많았고, 중학생이 813명(45.8%)으로 뒤를 이었다. 초등학생도 1명(0.1%) 접수됐다. 중학생 비율이 45.8%에 이른다는 점은 사이버도박의 저연령화가 이미 상당히 진행됐음을 드러낸다. 도박 접촉 연령이 낮아질수록 중독의 고착과 재발 위험이 커진다는 점에서 주목할 대목이다.

 

자진신고 청소년의 평균 연령은 15.5세로, 12세부터 18세까지 폭넓게 분포했다. 평균 도박 기간은 10개월이었고, 평균 도박 금액은 300만 원으로 나타났다. 도박 유형별로는 슬롯·바카라 등 카지노 게임이 95.9%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온라인 카지노 형태의 도박이 스마트폰을 통해 청소년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침투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수치다.

 

특히 평균 도박 기간이 10개월에 달한다는 점은 문제가 발견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뜻이다. 그 사이 청소년은 도박 자금 마련을 위해 또 다른 위험, 즉 불법 사금융이나 2차 범죄로 내몰릴 수 있다. 조기 발견과 개입이 왜 중요한지를 이 통계가 웅변한다.

 

■ 존속폭행에서 도박써클 해체까지… 드러난 실제 사례들

 

이번 자진신고 기간에 확인된 사례들은 청소년 도박이 단순한 '용돈 탕진'의 차원을 넘어섰음을 보여준다.

 

울산에서는 "아들이 용돈을 요구하며 폭행한다"는 모친의 112신고가 접수됐다. 학교전담경찰관 면담을 통해 2년간 2억 원에 이르는 상습 도박 사실이 확인됐고, 해당 청소년은 자진신고 절차를 밟아 부산울산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와 정신과 병원에 연계됐다. 도박 중독이 가정폭력으로까지 번진 사례다.

 

충북에서는 집단 자진신고가 이뤄졌다. 학교전담경찰관이 도박 예방교육과 함께 팔로워 678명 규모의 인스타그램 소통창구를 마련해 적극적으로 홍보한 결과, 지역 내에서 중학생 93명과 고등학생 23명 등 모두 116명이 신고했다. 특히 15세 남학생 한 명이 친구들을 설득해 한 학교에서만 30명이 자진신고에 나선 사례가 눈길을 끈다. 이들은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연계됐고 유해사이트 차단앱을 설치했다.

 

부산에서는 8개월간 360만 원을 도박에 쓴 15세 남학생이 전광판의 자진신고 포스터를 보고 결심한 뒤, 친구 5명에게도 권유해 함께 신고한 사례가 나왔다. 이 청소년은 평소 꿈꾸던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상담치료와 훈련에 집중했고, 인터넷 스포츠 대회에서 준우승과 MVP를 차지했다. 경찰은 그를 도박 중단·회복 우수 청소년으로 선정하고 '명예경찰 프로게이머' 자격과 함께 프로게이머 페이커 선수의 친필 유니폼을 수여했다.

 

반면 서울에서는 도박을 함께하다 자금이 떨어지면 사기·절도 등 범행을 일삼던 비행써클 14명(중학생 13명, 고등학생 1명)이 학교전담경찰관의 첩보로 적발돼 해체됐다. 이들은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중앙센터에 연계돼 집중 사후관리를 받고 있다. 도박이 또 다른 범죄로 확산되는 전형적 경로를 보여주는 사례다.

 

■ 치유프로그램 효과 확인… 선별척도 4.81점→2.22점 개선

 

경찰은 자진신고 청소년에 대해 도박문제 선별검사 결과에 따라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 전문기관과 연계해 맞춤형 치유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전국 15개 지역센터를 둔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은 개인 또는 집단상담 형태로 기본 6회기의 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고위험 문제군 청소년에게는 추가 상담서비스를 통한 사후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초기면담을 마친 1,504명 가운데 1,430명(95.1%)이 전문기관으로 연계됐다. 나머지 273명은 면담을 앞두고 있으며 순차적으로 연계될 예정이다.

 

치유프로그램의 효과도 수치로 확인됐다. 치유서비스를 이수한 청소년 가운데 160명을 대상으로 효과성을 분석한 결과,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질병분류체계 11판(ICD-11)에 기반한 '청소년 도박문제 선별척도' 평균 점수가 사전 4.81점에서 사후 2.22점으로 2.59점 감소했다. 이 척도는 점수가 높을수록 도박 문제가 심각함을 뜻하는 자기보고식 지표(최소 0점~최대 30점)다.

 

세부적으로 보면, 4점 미만의 일반군 비율이 사전 57.5%(92명)에서 사후 80.0%(128명)로 22.5%포인트 늘었다. 반면 4~9점의 위험군은 25.6%(41명)에서 11.9%(19명)로, 10점 이상의 문제군은 16.9%(27명)에서 8.1%(13명)로 각각 줄었다. 위험군과 문제군에 속하던 청소년의 절반가량이 개입을 통해 일반군으로 이동한 셈이다. 짧은 기간의 개입만으로도 뚜렷한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조기 개입의 실효성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 222명 중 166명 선처, 56명은 입건·송치

 

치유프로그램을 이수한 청소년 222명 중 166명은 경찰관서별 선도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선처를 받았다. 도박 금액과 반성 태도, 치유프로그램 이수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로, 훈방이 147명, 즉결심판 청구가 19명이었다. 반면 사안이 무거운 56명은 입건·송치됐다. 치유와 회복을 우선하되 죄질에 따라 사법적 책임을 묻는 이원적 접근이 적용된 것이다.

 

경찰은 또한 면담 과정에서 불법 도박사이트 주소 464개를 확인해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에 폐쇄·삭제 조치를 요청했다. 청소년 도박의 온상인 불법 사이트를 차단해 접근 경로 자체를 줄이려는 조치다.

 

■ 도박에서 불법 사금융으로… 5명 신용회복위 연계

 

이번 사업에서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청소년 도박이 불법 사금융 피해로 이어지는 연쇄 고리다. 불법 사금융 피해가 확인된 청소년 5명은 모두 신용회복위원회의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로 신속하게 연계됐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 불법 추심 중단과 채무자 대리인 신청 등을 지원하고, 고금리와 추심 협박 등 피해에 대해서는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채무자 대리인 제도는 채무자를 대신해 추심 과정 일체를 대리하거나 불법성을 검토하는 법률구조공단의 서비스다.

실제 사례는 그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서울의 17세 남학생은 도박 자금을 마련하려고 X(옛 트위터)에서 '개인돈'을 검색해 정체를 알 수 없는 대부업자 2명에게서 이자율 100%로 35만 원을 빌렸다. 대출 과정에서 넘긴 휴대폰 연락처를 통해 대부업자는 가족에게 대리변제를 요구하며 협박했다.

 

경기의 16세 남학생은 텔레그램 '카카오급전' 방에서 선이자 77%를 떼고 원금 115만 원을 빌렸다. 변제하지 못하자 대부업자는 친구와 가족의 SNS로 '09년생, A군 노름돈 때문에 당신 정보 팔음'이라는 글을 보내며 개인정보를 무기로 협박했다. 청소년의 도박 문제가 고금리 불법 대출과 개인정보 유출, 협박이라는 2차·3차 피해로 확산되는 구조가 그대로 드러난 사례다.

 

■ 당사자들의 목소리 "끊을 계기가 없었다"

 

자진신고에 나선 청소년과 교사, 학부모의 목소리는 제도의 의미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자진신고를 한 A군은 "도박 중독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었지만 끊을 계기나 방법이 마땅히 없었다"며 "학교에 부착된 자진신고 포스터를 보고 도박을 그만둘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해 결심했고, 이 기회에 도박에서 꼭 벗어나고 싶다"고 밝혔다. 문제를 인식하고 있어도 빠져나올 통로가 없던 청소년의 처지를 잘 보여준다.

 

대전의 한 고등학교 교사 B씨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도박을 하는 것 같다는 의심은 있었으나 범죄와 연관된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파헤치기도 어려웠고 방법도 몰랐다"며 "이 제도를 통해 다시금 청소년 도박의 심각성을 깨닫는 계기가 됐고, 경찰이 먼저 나서주어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C씨는 "자진신고 이후 학교전담경찰관과의 상담과 치유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부터 자녀의 예민함과 불안감이 줄어들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 같은 변화를 체감했다"고 밝혔다.

 

■ "조기 발견이 관건"… 10월까지 효과성 분석 후 존속 여부 결정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자진신고 기간을 통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우리 청소년들 사이에 아직 사이버도박이 만연해 있고 도박에 빠져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도 많다"며 "도박 중독 치유는 빠를수록 효과가 높고, 도박 청소년을 조기에 발견·치료해 2차 범죄로 이어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청은 이번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10월까지 전문기관 연구를 통해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 제도'의 효과성을 분석할 계획이다. 이후 자진신고 청소년과 학부모, 현장경찰관, 상담사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미비점을 보완한 뒤, 향후 제도의 운영 여부와 적절한 시기·방법을 결정할 방침이다.

 

이번 자진신고 기간은 청소년 도박 문제에 대한 국가의 대응 기조가 처벌에서 치유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다만 넉 달 남짓한 한시적 운영과 1,777명이라는 접수 규모가 실제 저변에 얼마나 근접한 수치인지, 그리고 치유프로그램의 효과가 장기적으로 유지되는지는 앞으로의 추적 연구가 답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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