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3 (월)
인류는 오래전부터 같은 질문을 던져왔다.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왜 살아가는가?”
과학은 우주의 기원에 대해 빅뱅 이론을 말한다. 그러나 과학의 방법은 본질적으로 물질과 에너지, 시공간 안에서 검증 가능한 영역을 다루는 물질계의 검증 체계다. 따라서 빅뱅 이전, 즉 시공 이전의 ‘정신적 근원’에 대해서 과학은 인정도 부정도 할 수가 없다. 이 지점에서 철학과 종교, 그리고 깊은 영적 통찰이 등장한다.
1. 우주는 물질 이전에 ‘의식’이었는가
영적 사상가 닐 도널드 월쉬는 『신과 나눈 이야기』에서 창조론을 독특하게 설명한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창조란 무(無)에서 갑자기 물질이 생겨난 사건이라기보다, 하나였던 근원적 존재가 스스로를 물질계 속에서 다양하게 체험하기 위해 ‘상대성’을 만들어낸 과정이다. 이것이 영적인 관점에서 본 빅뱅이다.
그에 따르면 신은 자신을 무수한 단위로 나누었고, 그 단위들이 바로 영혼이다. 인간은 그 영혼이 육체라는 도구를 입고, 깨우침을 위해 스스로 무지의 상태로 물질 세계에 들어온 존재다. 즉 우리는 단순한 생물학적 개체가 아니라, 근원의 의식이 자신을 경험하기 위해 만들어낸 ‘체험의 창구’라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삶은 우연이 아니라 의식의 자발적 참여이다.

2. 인간은 하늘의 자녀라는 오래된 사상
이 생각은 동서양의 고전 사상과도 깊이 닿아 있다.
중국 고대의 천(天) 사상에서는 하늘을 만물의 근원적 존재이자 도덕적 질서의 근원으로 보았다. 『시경』에서는 하늘이 만백성을 낳았다고 노래하며, 인간은 하늘의 뜻을 품고 태어난 존재라 말한다. 본래 모든 인간은 근원적 하늘과 연결된 존재였다.
그러나 중국의 역사 속에서 주나라 이후 ‘천자(天子)만이 하늘과 직접 통한다’는 사상이 등장하면서, 하늘과 인간 사이에 위계가 생겼다. 하늘과의 연결이 소수 권력자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근원 사상은 분명하다. 하늘은 만민의 어버이이며, 인간은 하늘의 자녀라는 인식이다.
성경 역시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인간은 흙으로 지어진 육체에 하나님의 생기가 불어넣어진 존재, 곧 육신을 입은 영이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다”는 표현은 인간 존재 안에 신성과 창조성이 깃들어 있음을 뜻한다. 예수가 “아버지가 내 안에 있다”고 말한 것은 특별한 개인의 선언이기 이전에, 인간 존재의 본질을 드러낸 말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예수도 제자들에게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게 하였다.
동양의 천손사상, 서양의 신의 형상 사상은 결국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인간은 근원과 단절된 존재가 아니라, 근원의 일부인 존재라는 것이다.

3. 삶은 ‘망각’ 속에서 시작된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자신의 신성을 분명히 느끼지 못할까?
월쉬는 이를 ‘망각’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영혼은 물질 세계로 들어오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잊는다. 기억을 잃었기에, 우리는 삶을 통해 선택하고 경험하며 스스로를 다시 발견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처음부터 완전한 존재임을 알고 태어났다면, 용서도, 사랑도, 용기도, 연민도 선택의 가치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망각은 벌이 아니라,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다.
그래서 인생은 배움의 과정이라기보다 기억의 회복 과정, 다시 말해 re-member ― 흩어진 것을 다시 하나로 잇는 과정이다.
4. 삶의 목적은 ‘신인합일’과 ‘인간화합’
이 관점에서 삶의 목적은 분명해진다.
첫째, 자신 안의 신성을 기억하는 것이다.
나는 부족하고 두려운 존재라는 좁은 자아 인식을 넘어, 의식의 근원과 연결된 존재임을 자각하는 것이다. 이것이 종교에서 말하는 깨달음, 거듭남, 성령의 임재, 성통(性通)과 같은 표현들로 나타난다.
둘째, 타인과의 분리를 넘어서는 것이다.
모든 존재가 같은 근원에서 나왔다면, 타인은 경쟁자가 아니라 또 다른 나의 표현이다. 미움 대신 이해를, 지배 대신 공존을 선택하는 삶이 곧 영적 성숙이다. 그래서 월쉬는 인간의 직무를 “다른 이들이 자신을 기억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한다.
삶의 의미는 개인적 성공에 머무르지 않는다.
의식의 분리에서 의식의 통합으로 나아가는 여정, 그것이 인생의 큰 방향이다.
5. 인생은 무대, 우리는 배우
이 세상을 하나의 거대한 체험의 장으로 본다면, 삶의 고통도 다른 빛으로 보인다. 실패, 상실, 갈등은 우리를 벌하기 위한 사건이 아니라, 의식이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 경험들일 수 있다. 마치 배우가 다양한 역할을 통해 자신의 표현력을 확장하듯, 영혼은 다양한 삶의 조건 속에서 자신을 드러낸다.
이때 중요한 것은 결과보다 어떤 의식으로 살아가느냐이다. 두려움에서 선택할 것인가, 사랑에서 선택할 것인가. 분리의 관점에서 행동할 것인가, 하나됨의 관점에서 행동할 것인가.
맺음말 : 정신계의 깊은 통찰
삶의 의미와 목적은 어딘가 멀리 숨겨진 비밀이 아닐지 모른다.
그것은 우리가 누구인지 기억해가는 과정,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거울임을 깨닫는 과정 속에 있다.
우리는 길 잃은 존재가 아니라,
웰시의 말과 같이, 창조의 설계대로 무지한 상태에서 스스로를 찾아내기 위해 이 세상에 들어온 존재일지도 모른다.
몸을 던져 깨우침에 도전한 선인들과 같이, 삶에 대한 정신계의 깊은 통찰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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