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6 (화)

  • 흐림속초8.8℃
  • 비 또는 눈0.5℃
  • 흐림철원1.8℃
  • 흐림동두천3.5℃
  • 흐림파주3.0℃
  • 흐림대관령1.5℃
  • 흐림춘천1.4℃
  • 맑음백령도8.3℃
  • 흐림북강릉9.1℃
  • 구름많음강릉9.5℃
  • 흐림동해10.2℃
  • 비서울3.8℃
  • 흐림인천5.7℃
  • 흐림원주2.4℃
  • 흐림울릉도7.9℃
  • 비수원5.6℃
  • 흐림영월3.2℃
  • 흐림충주5.1℃
  • 흐림서산8.6℃
  • 구름많음울진11.5℃
  • 흐림청주7.5℃
  • 흐림대전7.8℃
  • 흐림추풍령3.4℃
  • 흐림안동4.7℃
  • 흐림상주3.0℃
  • 흐림포항8.5℃
  • 흐림군산8.2℃
  • 구름많음대구5.6℃
  • 흐림전주9.4℃
  • 구름조금울산11.2℃
  • 구름많음창원10.5℃
  • 흐림광주10.1℃
  • 구름많음부산12.6℃
  • 구름많음통영11.2℃
  • 흐림목포9.8℃
  • 흐림여수9.1℃
  • 흐림흑산도13.0℃
  • 흐림완도9.9℃
  • 흐림고창10.0℃
  • 구름많음순천10.9℃
  • 흐림홍성(예)9.0℃
  • 흐림5.6℃
  • 구름조금제주16.3℃
  • 구름많음고산14.7℃
  • 구름많음성산16.4℃
  • 구름많음서귀포16.2℃
  • 구름많음진주8.9℃
  • 흐림강화5.5℃
  • 흐림양평2.1℃
  • 흐림이천2.4℃
  • 흐림인제2.4℃
  • 흐림홍천1.4℃
  • 흐림태백3.0℃
  • 흐림정선군2.0℃
  • 흐림제천3.4℃
  • 흐림보은4.4℃
  • 흐림천안6.5℃
  • 흐림보령9.5℃
  • 흐림부여6.7℃
  • 흐림금산8.0℃
  • 흐림6.5℃
  • 흐림부안8.9℃
  • 흐림임실8.4℃
  • 흐림정읍9.5℃
  • 흐림남원7.1℃
  • 흐림장수7.7℃
  • 흐림고창군9.6℃
  • 흐림영광군9.5℃
  • 구름조금김해시11.7℃
  • 흐림순창군7.3℃
  • 구름많음북창원11.0℃
  • 구름조금양산시12.1℃
  • 흐림보성군9.1℃
  • 흐림강진군9.7℃
  • 흐림장흥9.8℃
  • 구름많음해남12.7℃
  • 흐림고흥10.1℃
  • 구름많음의령군8.8℃
  • 구름많음함양군6.7℃
  • 구름많음광양시10.4℃
  • 구름많음진도군12.6℃
  • 흐림봉화3.6℃
  • 흐림영주3.5℃
  • 흐림문경3.7℃
  • 흐림청송군4.1℃
  • 구름조금영덕9.8℃
  • 흐림의성5.0℃
  • 흐림구미5.5℃
  • 흐림영천5.1℃
  • 흐림경주시7.1℃
  • 흐림거창2.5℃
  • 흐림합천7.2℃
  • 흐림밀양8.1℃
  • 구름많음산청9.7℃
  • 구름많음거제10.8℃
  • 구름많음남해7.9℃
  • 구름조금12.1℃
늘 뒤에서 조용히 밀어주는 사람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종합뉴스

늘 뒤에서 조용히 밀어주는 사람

32년 군수 인생을 마무리하며 남기는 마지막 기록
경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음 세대의 등불이 되기를 바라며

  [국방 칼럼 | 홍원희]

정년퇴임을 앞둔 요즘, 문득 손끝에 남아 있는 시간의 감촉을 느낀다. 달력을 넘길 때마다 숫자 하나가 아니라, 지난 32년의 장면들이 함께 넘어간다. 이제는 익숙해진 창고의 냄새, 오래된 서류철의 촉감, 조용히 돌아가는 일상의 소음들까지도 모두 작별을 준비하는 듯하다. 

군수사령부에 처음 발을 들였던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기름 냄새와 쇠 냄새가 뒤섞인 창고 한복판, 담배 냄새가 배어 있던 사무실에서 나는 부품 하나를 손에 쥐고 오래 바라보았다. 그것은 단순한 금속이 아니었다. 함정의 시간과 임무, 그리고 누군가의 안전을 지탱하는 생명선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군수의 무게를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배워갔다. 선배들은 늘 이렇게 말했다. “괜찮다. 다시 하면 된다.” 그 한마디는 나를 버티게 했고, 다시 일어서게 했다. 현장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실수를 혼자 품게 하면 두려움이 되고, 함께 붙잡아 주면 경험이 된다. 나는 그 사실을 몸으로 배웠고, 후배들에게도 그대로 전하고 싶었다.    

KakaoTalk_20251214_154520191.jpg

   

  군수의 일은 화려하지 않다. 우리는 늘 뒤에 있다. 조용히 움직이고, 시간은 정확해야 하며, 결과는 실수 없이 완벽해야 한다. 나사 하나의 규격이 어긋나면 작전이 흔들리고, 재고번호 하나가 틀리면 함정의 일정이 달라진다. 그래서 나는 늘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내 손끝이 누군가의 생명까지 닿는다.” 

비릿한 바람 속에서, 먼지 날리는 불용품 사이에서, 깊은 밤 긴급 출고 전화에 잠을 깨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쌓아왔다. 누군가는 몰라도 나는 알고 있었다. 그 하루들이 모여 함정이 움직이고, 동료들이 안전히 복귀한다는 사실을.

나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다만 맡은 자리에서 묵묵히, 정확히, 끝까지 하려고 했을 뿐이다. 앞에서 빛을 받는 역할이 아니라, 뒤에서 방향을 지켜주는 작은 나침반이 되고 싶었다. 후배들이 그 나침반을 따라 안전하게 걸어왔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제 후배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군수는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반드시 완벽해야 하는 자리다. 서두르지 말되, 대충 넘기지 말아야 한다. 일은 속도가 아니라 정확도로 평가받고, 그 정확함은 동료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다. 그 믿음이 있어야 물자가 흐르고, 작전이 이어진다. 

정년을 앞두고 나는 물러서지만, 군수의 길은 계속된다. 후배들의 항해는 이제 더 멀고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갈 것이다. 그 길이 언제나 순풍이기를, 그들의 인생 창고에는 불량품 대신 기쁨과 신뢰만 가득 입고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그들 또한 누군가의 뒤에서 조용히 빛을 비추는 사람이 되기를 믿어본다. 32년의 시간은 내 삶이었고, 동시에 내가 지켜온 약속이었다. 

덕분에, 나는 참 좋은 군수 인생을 살았다.

                                                                                                                                2025년 12월 홍 원 희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