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01 (일)
나는 가끔 엄마와 오래전 함께 겪었던 한 사건을 두고도 서로 다른 기억 때문에 실랑이를 벌이곤 했었다.
엄마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어제 일어난 일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 나 역시 주장을 꺾지 않고 팽팽히 맞서고 결국엔 엄마는 화를 참지 못하고 드러눕고야 만다. 나는 그때가 되어서야 사과를 하고 상황은 종료된다.
따지고 보면 누구의 기억도 정확하다고 할 수 없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 고집스럽게 우겼을까 싶다. 오기였을까? 내가 틀리지 않았음을 인정받고 싶었던 것일까?
지금의 나라면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 “그래요. 당신 말이 다 맞습니다.”라고 하고 말았을 것이다. 말씨름을 싫어하는 개인적 성향 탓도 있겠지만 이제는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다 믿지도 않고 정확한지 자신할 수도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얼마든지 내 생각이 다를 수도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지금 내 머릿속에 있는 기억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내 기억은 틀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오해를 만들고 다툼을 불러온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왜 우리는 같은 상황에서 주고받은 대화를 시간이 지나면 각자 다르게 떠올리게 되는 걸까? 기억의 오류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몇 년 전 동해로 가족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내 머릿속에 저장된 동해 여행은 분명 가을이다. 가을 하늘, 바람, 바다로 각인되어 있는데, 최근에 여행을 다녀온 계절이 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계절까지 통째로 바꿀 수 있다니. 사람의 기억이란 있는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작가 박지영의 저서 <기억은 변한다>에는 “기억을 회상한 후 다시 저장하는 과정(재응고화)에서 정보의 삭제나 추가, 강조와 같은 변형이 일어난다. 그래서 우리의 기억은 재구성된 기억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사람의 기억은 다시 떠올릴 때 그대로 출력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저장되어 있던 정보에 새로 보고 들었거나 자신의 상상까지 더하여 재구성 과정을 거치게 된다는 말이다. 이를 “기억의 재응고화”라고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궁금증이 풀리면서 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되는지 이해를 해 본다. 사람이 이상한 게 아니라 애초에 그렇게 만들어진 뇌인 것이다. 매 순간을 영화처럼 기록해 놓을 수 있다면 처음부터 분란이 일어날 일도 없겠지만 불가능한 일이다. 언제든 내 기억과 생각이 온전하지 않음을 받아들이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면 어떨까?
생각해 보면 말의 진실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일 때가 많았다. 대부분 현재에 아무런 영향력도 미칠 수 없는 말 몇 마디를 두고 설전을 벌인다. 이미 각자의 머릿속에서 적당히 변형이 일어났을 기억을 두고 마음이 상해가면서 말이다. 그냥 지기 싫고 인정하기 싫은 것이다. 오늘 알게 된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좀 더 현명하게 대처하지 않았을까 싶다. 엄마가 “그래 너 잘 났다.”라고 화를 내며 드러눕게 만들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
“그래요. 당신 말이 다 맞는 것 같아요.”
상대방을 가장 온화하게 이기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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