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29 (일)
송인옥 대한민국 대표강사·MCS비즈니스센터 대표
[검경합동신문 이은습 기자] 기꺼이 내 등을 내어주리라
2026년 병오년(丙午年)은 ‘말’의 해다. 필자는 해가 바뀌면 매년 그해 띠 동물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갖게 되고, 그해의 트렌드 키워드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쓴다. 직업이 강사이다 보니 변화를 좀 더 빨리 읽어내야 하는 부분도 있고 매년 신년에 특강이 집중되어 있어 관심을 두는 편이다.
올해는 ‘말’의 해다. 십이지신(十二支神) 중 유일하게 인간에게 자신의 등을 온전히 내어주는 동물이기도 하다. 거친 들판을 달리던 야생의 본능을 접고, 기꺼이 누군가의 무게를 짊어지는 말의 모습에서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말은 아무에게나 등을 허락하지 않는다. 기수와 말 사이에 깊은 교감과 신뢰가 형성되었을 때 비로소 말은 자신의 가장 취약한 곳이자 중심인 등을 내어준다. 기수의 아주 미세한 심박 수 변화나 허벅지 떨림, 고삐를 쥔 손끝의 강도, 심지어 기수의 불안한 심장박동까지 본능적으로 말은 실시간으로 감지해 낸다. 기수가 불안해하면 말도 불안해하고, 기수가 확신을 가지면 말도 용기를 낸다. 이 부분에 대해서 필자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비언어적 소통의 중요성에 대한 부분을 말하고 싶다.
현대의 인간관계 또한 마찬가지다. 진정한 소통은 상대의 결핍이나 고민을 기꺼이 받아내겠다는 ‘마음의 등’을 내어줄 때 시작된다. 누군가의 짐을 함께 짊어지는 것은 단순히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그 어떤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더 멀리 보고 더 높이 도약할 수 있도록 돕는 가장 적극적인 환대다.
또한, 말의 눈은 넓은 머리 양옆에 위치해 약 350도의 시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뒤쪽 일부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방향을 살피며 위험에 대비한다. 이것을 주변의 상황과 타인의 입장을 두루 살피는 지혜로운 태도와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는 포용력으로 해석해 보았다.
말은 철저한 사회적 동물로서, 무리 생활을 하면서도 힘으로 억압하는 독재가 아니라, 경험이 많고 지혜로운 ‘리더 암말’을 중심으로 질서를 유지하면서 생활하는 동물이다. 무리 속에서 조화를 잘 이루며 각자의 역할을 존중하는 말들의 법칙에서 우리는 진정한 관계의 중심은 권위가 아닌 ‘신뢰와 경험’에서 나오는 것임을 배울 수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격언이 있다. 말의 등에 올라탄다는 것은 단순히 이동 수단을 이용하는 행동이 아니다. 기수의 의지와 말의 근육이 하나로 맞물려야 비로소 질주가 가능해진다. 무작정 경쟁하려는 요즘 시대에는 빨리들 가려고만 한다. 멀리 가려면 타인을 딛고 올라서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강점을 바탕으로 함께 속도를 맞출 때, 우리는 인생이라는 긴 경주에서 지치지 않고 완주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리더십과 인간관계는 ‘나 혼자만의 성취’가 아닌 ‘함께 만드는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 말의 등에 올라타 힘차게 채찍질하기보다는, 말과 호흡을 맞추며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 뜨거운 열정으로 함께 달릴 때 연대가 가능하다. 리더십은 전문성·일관성·책임감에서 나오는 존중을 의미한다. 위기 상황에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앞장서는 리더일수록 구성원들의 신뢰와 헌신을 얻는다.
전 세계가 중동 전쟁으로 혼란스럽고 우리 대한민국도 선거를 앞두고 있는 지금, 우리 스스로 누군가에게 기꺼이 등을 내어줄 수 있는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 내가 누군가의 말이 되어주고, 또 때로는 타인의 호의라는 말 위에 올라타 함께 달릴 때, 우리는 비로소 혼자서는 도달할 수 없었던 새로운 지평선 너머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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