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5 (금)
1막. 산을 넘어 학교로
1964년 7월 3일(음력). 경북 안동의 한 시골 마을, 초가집 지붕 위로 뜨거운 여름 해가 내려앉던 날, 나는 7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당시 마을에는 전깃불 하나 없었다. 밤이면 어머니가 켜놓은 호롱불 옆에서 마당 가득 메미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국민학교 5학년이 되어서야 마을에 전기가 들어왔다. 그날 밤, 희뿌연 전구빛 아래서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신기한 듯 들여다보았다.

학교를 가려면 산 두 개를 넘어야 했다. 겨울엔 발목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고, 여름엔 땀으로 젖은 셔츠를 말릴 새 없이 걸었다. 방과 후엔 소풀을 베고 밭을 맸다. 그 시절의 아이들은 모두 그렇게 살았다.

점심시간이면 도시락을 펼쳤다. 반 아이들 중 1/3은 도시락을 가져오지 못했고, 대부분은 꽁보리밥에 고추장이었다. 멸치라도 싸온 친구는 ‘부잣집 아들’ 취급을 받았다.
나는 부모님의 부지런함 덕에 쌀밥 도시락을 늘 싸 갈 수 있었다. 친구들이 내 도시락 뚜껑을 힐끗힐끗 바라보던 그 시선이, 어린 마음에 왠지 자랑스러웠다.

2막. 기타와 카세트, 그리고 ‘딴따라’의 벽
부모님은 보수적이셨다. 하루도 빠짐없이 “공부해라”라는 말씀을 들었다. 하지만 내 마음 한구석엔 늘 음악이 자리했다. 기타와 카세트 플레이어는 나의 친구였다.중·고등학교 시절, 몰래 음악을 하며 지낸 시간은 달콤하면서도 불안했다.

딴따라’라는 부모님의 단호한 시선이 있었기에, 나는 그 열정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 혼자 방 안에서 조용히 기타 줄을 튕기며, 가슴 속에서만 불타오르던 시절이었다.

대학 입시에서 부모님의 권유로 전자공학과에 들어갔지만, 내 적성은 거기에 있지 않았다. 결국 서울예전 방송연예과에 도전했지만 준비 부족으로 불합격했다. 1년 재수 후, 경주에 새로 생긴 관광학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서 나는 국내 가이드, 호텔 종사원, 통역 가이드 자격증을 취득하며 사회생활의 기반을 다졌다.

3막. 철책선 너머의 시간
졸업 후, 나는 강원도 양구 21사단(백두산 부대)에 입대했다. GOP와 GP, 민통선안에서의 군 생활은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다.250km 행군을 하던 날, 눈발이 날리고 발바닥에 물집이 터졌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었다.

매일 밤 이어진 혹독한 훈련 속에서, 우리는 젊음을 다 불태웠다. 지금 돌이켜도 그 시절은 참으로 길고도 암울한 시간이었지만, 동시에 내 인생을 단단하게 만든 시간이기도 했다.

4막. 호텔리어의 미소 뒤에서
30개월 군 생활을 마치고, 나는 개나리봇집과 이력서를 들고 서울로 올라왔다. 첫 직장은 호텔 프런트. 반듯한 유니폼과 단정한 미소 속에, 여전히 음악을 향한 열망이 숨 쉬고 있었다.

취업하자마자 종로의 음악학원 문을 두드렸다. 1년 동안 성실히 레슨을 받으며 실력을 쌓았다. 하지만 음반 취입 제안은 감당하기 힘든 거액이었다. 현실은 꿈을 멀어지게 했다. 결혼, 자녀 교육, 경제적 책임이 음악 위로 쌓였다. 그렇게 나는 오랫동안 음악을 접어두었다.

5막. 육십부터, 다시 무대 위로
세월이 흐르고, 나는 깨달았다. “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음악을 할 때였다.”2024년, 나는 결심했다. ‘이제 다시 시작하자.’ 버스킹을 하고, 사회복지관·주민센터·주야간 보호센터에서 무대를 가졌다. 관객들과 눈을 맞추고, 박수 소리를 들으며 나는 다시 살아있음을 느꼈다.
지금 나는 음악과 생계를 동시에 붙잡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7남매 장남으로서, 그리고 한때 ‘딴따라’라는 낙인을 두려워했던 아들로서, 부모님의 생각이 바뀌기 어려웠던 그 시절을 이해한다.

6막. 부모님의 박수
이제 부모님은 내 음악을 적극적으로 응원하신다. “그때 못 도와줘서 미안하다.”는 말씀에,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괜찮아요. 지금부터 열심히 할 테니 많이 응원해 주세요.”

그 말에 부모님은 환하게
웃으셨다. 무대 위에서 나는 가끔 그 웃음을 떠올린다.
음악은 이제 나의 영원한 동반자다. 인생의 후반전, 나는
노래와 함께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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