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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기록] 산청 시천면 외공마을
산불로 앙상해진 산등성이를 배경으로, 감나무 가지마다 주황빛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이곳에 어제 경남여성리더봉사단 등 20여 명이 모여 감 수확 농활(農活) 봉사에 나섰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농활은 단순한 일손 돕기를 넘어, 산불과 수해로 신음한 지역 농가의 재기를 응원하기 위한 희망의 연대 행보였다. 나흘째 이어지는 산불로 검게 그을린 산허리를 바라보며, 봉사자들은 묵묵히 가지를 들추고 주황빛 감을 땄다. “우리가 따는 건 단순한 감이 아니라, 희망의 열매입니다.” 현장에 함께한 양지현 봉사자의 말이 어제의 분위기를 대변한다. ▲감나무 사이를 누비는 ‘희망 대장정’ 이날 활동은 하루 왕복 4시간의 강행군이었다. 참가자들은 트럭 짐칸에 몸을 싣고 산골마을까지 이동했는데, 바람에 날리는 모자와 웃음소리가 뒤섞인 그 풍경은 그 자체로 작은 축제였다. 농장에 도착하자마자 각자의 역할을 나누고, 노랗고 초록색 바구니는 빠르게 주황빛으로 채워졌다. 감 따는 손보다 빠른 것은 서로를 격려하는 목소리였고, 수북이 쌓인 감보다 무거운 건 이웃을 향한 마음이었다. 특히 노금숙, 원종일, 강영희, 안덕미, 양지현 등 봉사자들은 개인 휴일을 반납하고 참여해 주위를 감동시켰다. 한 지역 농민은 “멀리서 와서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난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봉사도, 이동도, 간식도 함께”
트럭 뒤 칸에서 까먹는 감 한 조각,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 빵과 음료를 나눠 먹으며 나눈 소박한 삶의 이야기. 모두가 한마음이 되었던 그 순간은 한 장의 단체 사진으로 남았다. 활짝 웃는 얼굴들 사이로 주황빛 감나무는 다시 살아날 농촌의 희망을 비추고 있었다.그 웃음 속엔 피로 대신 뿌듯함과 연대의 온기가 가득했다. ▲지역과 함께한 ‘지속 가능한 연대’ 경남여성리더봉사단은 지난 여름 산청 수해지역 밥차 지원활동에 이어, 이번 감 수확 봉사로 다시 한 번 현장을 찾았다. 이들은 피해 복구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마을을 위해 휴일도 반납하고, 기금에서 주유비를 자발적으로 지출하며 헌신을 이어가고 있다. 완전 복구는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라 마음이 무겁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함께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단체 관계자의 말처럼, 봉사의 힘은 기적을 만들진 못해도 회복의 발판이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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