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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논단] 시천주, 청소년 인성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기사입력 2025.11.1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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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청소년들은 전례 없는 윤리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최근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사이버성폭력 범죄 피의자 중 10대가 47.6%를 차지하고, 특히 딥페이크 성범죄의 경우 그 비율이 61.8%에 달한다. 이는 단순한 법적 처벌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인성교육의 부재를 보여주는 징표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150년 전 동학의 핵심 사상인 '시천주(侍天主)'에서 청소년 인성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시천주, 인간 존엄의 재발견


    시천주는 “하늘을 모신다”는 뜻으로, 모든 인간 안에 신성이 깃들어 있다는 동학의 핵심 가르침이다. 최제우 선생은 “사람이 곧 하늘이다(人乃天)”라고 선포했고, 최시형 선생은 이를 “사람을 하늘처럼 섬기라(事人如天)”는 실천 윤리로 구체화했다.


    이 사상의 혁명적 의미는 타인을 단순한 대상이나 수단이 저 아닌, 그 자체로 절대적 가치를 지닌 존재로 인식하게 한다는 데 있다. 디지털 공간에서 타인을 익명의 이미지나 데이터로 전락시키는 오늘날, 시천주 사상은 화면 너머의 존재가 나와 똑같이 하늘을 모신 귀한 존재임을 일깨운다.


    내 안의 하늘, 네 안의 하늘


    청소년 인성교육에서 시천주가 갖는 첫 번째 의미는 자기 존엄성의 자각이다. “내 몸이 곧 하늘을 모신 성전”이라는 인식은 자기 비하나 파괴적 행동을 근본적으로 차단한다. 청소년기의 정체성 혼란과 자존감 저하 문제에 대해, 시천주는 "너는 본래 귀한 존재"라는 확고한 존재론적 기반을 제공한다.


    두 번째 의미는 타인 존중의 절대성이다. 내가 하늘을 모셨듯 상대방도 하늘을 모신 존재라면, 그를 함부로 대하는 것은 곧 하늘을 모독하는 행위가 된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언어폭력, 성적 대상화, 집단 따돌림 등은 모두 이러한 인식이 결여된 데서 비롯된다. 시천주 사상은 클릭 한 번, 문자 한 줄에도 상대방의 존엄을 헤아리는 윤리적 감수성을 키운다.


    만물이 하늘이라는 생태적 확장


    시천주는 인간을 넘어 만물로 확장된다. 최시형 선생의 "하늘도 내 안에 있고 땅도 내 안에 있으며, 사람도 만물도 모두 내 안에 있다"는 가르침은 오늘날 기후위기 시대에 절실히 요구되는 생태적 감수성과 맞닿아 있다.


    청소년들이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 과도한 에너지 소비, 동물에 대한 학대 등은 모두 만물 속 하늘을 보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시천주 교육은 자연스럽게 생태 윤리로 이어지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책임의식을 함양한다.


    구체적 교육 방향


    시천주에 기반한 청소년 인성교육은 다음과 같이 구체화될 수 있다.


    첫째, 일상의 예(禮)를 통한 시천주 실천이다. 아침 인사, 식사 전 감사, 부모님 공경 등 작은 일상 행위를 "하늘을 섬기는 마음"으로 실천하게 한다. 형식적 예절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존중의 정신을 체득하게 하는 것이다.


    둘째, 디지털 윤리의 재정립이다. SNS 게시물 하나, 댓글 하나를 올릴 때 “상대방 안의 하늘”을 의식하게 한다.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과 똑같이 상대를 하늘처럼 섬기는 태도를 견지하도록 교육한다.


    셋째, 공동체 의식의 함양이다. 학급, 학교, 지역사회 모두가 하늘을 모신 존재들의 공동체임을 인식하게 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협력, 배려, 책임감으로 이어진다.


    넷째, 생태 감수성 교육이다. 학교 텃밭 가꾸기, 자연 관찰, 동물 보호 활동 등을 통해 만물 속 하늘을 체험하게 한다.


    법을 넘어 마음으로


    사이버성폭력 집중단속은 필요하고 중요한 조치다. 그러나 법적 처벌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하다. 진정한 변화는 청소년들의 내면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시천주 사상은 외부의 강제가 아닌 내면의 자각을 통해 윤리적 주체로 성장하게 한다. “내 안의 하늘”을 자각한 청소년은 스스로를 존중하고, “네 안의 하늘”을 본 청소년은 타인을 함부로 대하지 않으며, "만물 속 하늘"을 깨달은 청소년은 세상을 아름답게 가꾸어간다.


    150년 전 동학 농민혁명의 함성이 “사람이 하늘”이라는 선언이었다면, 오늘 우리 교육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청소년이 하늘”이라는 재선언이다. 시천주에 기반한 인성교육은 단순히 전통 사상의 복원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 인간 존엄을 지키는 가장 현대적이고 혁신적인 교육 철학이 될 수 있다.


    모든 청소년 안에 하늘이 있다. 그들이 스스로의 하늘을 자각하고, 타인의 하늘을 섬기며, 만물의 하늘과 더불어 살아가도록 돕는 것, 그것이 바로 시천주 인성교육의 궁극적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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