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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가 촉촉이 내리던 10월 24일 토요일 저녁. 경남 창원시 진해구의 한 음식점에 반가운 얼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가례초등학교 제44회 동창회(회장 원종일)가 마련한 2026년 제2차 정기모임이다. 이날 동창들은 오후 5시 30분 진해구 소재 '다림방'에서 만나 정겨운 저녁 식사로 모임의 문을 열었다. 푸짐하게 차려진 음식보다 더욱 풍성했던 것은 오랜 친구들의 이야기보따리였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는 동안 식탁에는 웃음꽃이 피어났다. 학창 시절의 추억부터 가족과 건강에 관한 이야기까지, 화제는 끝없이 이어졌다.
세월은 얼굴에 흔적을 남겼지만, 친구를 부르는 목소리와 장난기 어린 표정만큼은 여전히 그 시절 그대로였다. 이날의 특별한 손님은 다름 아닌 '가을비'였다.
당초 식사 후 진해루 주변 바닷길을 산책할 예정이었으나, 비가 내리면서 야외 일정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동창들은 아쉬움 대신 또 다른 낭만을 선택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카페로 자리를 옮겨 따뜻한 차 한 잔을 나누며 두 번째 이야기꽃을 피운 것이다.
창밖으로는 가을비에 젖은 도로 위로 자동차 불빛이 길게 번졌고, 멀리 바다를 따라 이어진 야경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졌다. 비록 바닷길을 함께 걷지는 못했지만, 창가에 둘러앉은 친구들에게는 그 어떤 화창한 날보다 따뜻한 시간이 흘렀다.
누군가는 커피잔을 들고 환하게 웃었고, 누군가는 친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특별한 행사도, 거창한 프로그램도 없었다. 그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행복한 자리였다.
어린 시절에는 매일 만나는 것이 당연했던 친구들. 이제는 서로의 시간을 내어 만나는 것 자체가 귀한 선물이 되었다.
원종일 동창회장은 "세월이 흐를수록 친구 한 사람 한 사람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며 "우리 동창회가 즐거울 때 함께 웃고 어려울 때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따뜻한 공동체로 오래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오늘 함께한 친구들에게 감사드리며, 사정상 참석하지 못한 친구들도 다음 모임에는 꼭 함께해 더 풍성한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모임은 참석 인원의 많고 적음을 떠나, 오랜 우정이 얼마나 깊은 행복을 선물하는지 다시금 일깨워 준 시간이었다. 가을비는 밤이 깊도록 창문을 두드렸지만, 친구들의 이야기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우리가 함께 늙어간다는 것은 어쩌면 축복이다. 같은 추억을 간직한 누군가가 여전히 곁에 있다는 뜻이니까.
그렇게 진해의 가을밤은 또 하나의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았다. 비는 추억을 적셨고, 우정은 마음을 데웠다. 가례초등학교 44회의 반세기 우정은 오늘도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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