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상세페이지
최근 학생과 성인의 문해력 저하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는 가운데, 단순한 ‘독서 장려’를 넘어 ‘읽고 생각하고 말하는 독서토론’으로 문해력 교육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에서 제기됐다.
‘북잼 국민독서토론운동 선언식’이 지난 8월 7일 오후 3시 국회 본관 1층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조배숙 국회의원실이 주최하고 한국청소년문화진흥협회가 주관한 이날 행사는 전국 각지의 북잼 관계자와 독서·교육 관계자 등 약 2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번 선언식은 최근 교육 현장에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문해력 저하 문제를 진단하고, 그 해결 방안으로 ‘독서토론’의 사회적 확산 필요성을 제기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단순히 책을 읽는 것에 머무르는 기존 독서교육을 넘어 읽은 내용을 스스로 이해하고 질문하며, 다른 사람과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을 통해 사고력과 표현력을 함께 길러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행사 관계자들은 최근 시·도교육청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문해력 향상을 위한 독서교육 강화 방안이 잇따라 제시되고 있지만, 독서량 확대만으로 문해력 문제를 충분히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읽기-이해하기-질문하기-말하기-토론하기’로 이어지는 종합적인 교육 과정이 필요하며, 독서토론이 그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행사는 축하영상과 내빈 축사, 국민독서토론운동 선언, 문해력 문제를 주제로 한 미니토론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해력 저하의 원인과 교육 현장의 문제점, 독서토론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 방안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이날 미니토론은 이기원 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경기도의회 김성기 의원, 전미숙 박사, 신동명 북잼 대표 등이 참여해 문해력 문제의 현주소와 독서토론의 교육적 역할을 놓고 강연과 토론을 이어갔다.
토론에서 김성기 의원은 최근 나타나고 있는 문해력 저하 현상을 개인의 학습능력 차원을 넘어 사회 전체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문제라고 진단했다. 문해력 부족은 학교 교육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세대 간 의사소통, 사회적 갈등, 정보 이해와 판단 능력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세 가지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 메타인지에 기반한 독서교재의 개발과 보급이다. 학생이 단순히 문장을 읽고 내용을 암기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가’를 스스로 점검하면서 읽을 수 있도록 독서교육의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독서가 수동적인 정보 습득이 아니라 질문과 사고를 촉진하는 능동적인 학습 과정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둘째, 독서토론 지도전문가의 체계적인 양성과 현장 배치를 제안했다. 독서토론이 실질적인 교육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책을 읽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질문을 만들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며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토론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셋째,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문해력 진단 및 지원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해력 문제는 학습 과정에서 조기에 발견하고 수준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진단 체계를 마련하고 진단 결과에 따라 적절한 교육 프로그램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 의원은 이 같은 사업이 일회성 캠페인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지방자치단체와 교육기관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독서토론 및 문해력 향상을 지원하기 위한 관련 조례 제정과 예산 편성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동명 북잼 대표는 기존 독서교육의 한계를 지적하며 독서에서 독서토론으로 교육의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대표는 “독서는 문해력 형성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지만 책을 읽는 행위 자체만으로 오늘날의 문해력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며 “읽은 내용을 이해하고 질문하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과 비교하는 독서토론 과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 당국도 독서량을 늘리는 데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독서 이후 학생들이 무엇을 이해했고 어떤 질문을 만들었으며 그것을 어떻게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지를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며 “독서와 토론이 결합될 때 비로소 읽기가 사고력과 의사소통 능력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문해력이 단순히 글자를 읽고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는 기초능력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에도 뜻을 모았다. 현대사회에서 요구되는 문해력은 수많은 정보 가운데 필요한 내용을 선별하고 그 의미를 정확하게 해석하며, 자신의 판단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능력까지 포함한다는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과 디지털 미디어의 급속한 발전으로 짧고 단편적인 정보에 노출되는 시간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긴 글을 읽고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뿐 아니라 정보의 신뢰성을 판단하고 자신의 관점을 형성하는 능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북잼 측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독서교육 역시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는가’라는 양적 평가에서 벗어나 ‘무엇을 이해했고, 무엇을 질문했으며,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독서토론을 특정 학교나 교육기관의 프로그램에 한정하지 않고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범국민적 교육문화운동으로 확산시켜야 한다는 데에도 의견을 모았다. 이를 위해 지역별 독서토론 프로그램 운영, 전문 지도자 양성, 교육 콘텐츠 개발, 문해력 진단 프로그램 구축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날 행사의 마지막 순서에서는 ‘북잼 국민독서토론운동’의 전국적인 확산을 위한 향후 계획도 제시됐다.
북잼 측은 2027년부터 전국 각 지역에 지부와 지회를 단계적으로 구성하고 지역별 독서토론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문해력 향상을 위한 사업을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앙 중심의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지역 단위에서 지속적으로 독서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참석자들은 국민독서토론운동이 학생들의 학습능력 향상에만 머무르지 않고 세대와 지역을 넘어 서로의 생각을 경청하고 합리적으로 의견을 나누는 사회적 토론문화를 형성하는 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폭염 속에서도 전국 각지에서 약 200명의 관계자가 참석한 이번 선언식은 우리 사회의 문해력 문제를 다시 한번 공론화하고, 그 해법을 ‘책을 읽는 문화’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읽고 생각하고 질문하고 토론하는 문화’로 확장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북잼 국민독서토론운동이 향후 지역 조직 구축과 전문인력 양성, 교육 프로그램 개발, 지방자치단체 및 교육기관과의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게시물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