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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통 “나”라고 하면 이 몸을 떠올린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인체를 들여다보면, 몸은 하나의 정교한 생체 정보처리 시스템에 가깝다.
그리고 그 시스템을 통해 드러나는 ‘나’의 실체는 단순한 육체를 넘어선다.
■ 인체는 거대한 정보 네트워크
우리 몸에는 신경세포가 닿지 않는 곳이 거의 없다.
피부, 눈, 귀, 코, 혀는 외부 정보를 받아들이는 입력장치이고,
근육과 장기, 호르몬샘은 명령을 수행하는 출력장치다.
신경세포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감각신경은 외부 정보를 뇌로 올려 보내고, 운동신경은 뇌의 명령을 몸으로 전달한다.
이 연결망의 중심이 바로 뇌다.
이 구조는 컴퓨터와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키보드와 마우스로 정보가 들어오고, 모니터와 스피커로 결과가 나가듯,
인체 역시 입력과 출력을 갖춘 정밀한 생체 컴퓨터다.
■ 뇌는 중앙점보처리장치
그렇다면 뇌가 곧 나일까?
뇌는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와 100조 개 이상의 시냅스로 이루어진 초정밀 처리기관이다.
들어오는 정보를 분석하고, 비교하고, 판단해 명령을 내린다.
기능만 보면 뇌는 생체 컴퓨터의 중앙정보처리장치(CPU) 와 같다.
하지만 CPU가 컴퓨터의 주인은 아니다.
프로그램을 선택하고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사용자다.
그렇다면 뇌를 사용하는 존재는 누구인가?

■ 모든 정보를 다 느끼지 못하는 이유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몸에서는 수많은 감각 정보가 올라오고 있다.
피부의 압력, 장기의 움직임, 혈관의 변화, 체온의 미세한 차이….
그러나 우리는 그 모든 것을 의식하지 못한다.
이유는 뇌의 정보 선택 기능 때문이다.
특히 시상(視床)은 감각 정보의 관문 역할을 하며,
들어온 신호 중 일부만 의식으로 보낸다.
즉, 우리의 삶은 “정보의 바다” 속에서,
“선택된 특정 정보”에만 의존하는 삶을 살아간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무엇이 그 정보를 선택하는가?
■ 선택하는 존재, 의식
우리는 관심 있는 소리만 듣고, 의미 있는 장면만 본다.
수많은 정보 중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것만 의식 위로 떠오른다.
이 선택 과정은 단순한 기계 작동이라 보기 어렵다.
선택에는 의미 판단이 개입된다.
의미 판단에는 가치관과 의도가 작용한다.
이것은 물질의 반응이 아니라 정신 작용에 가깝다.
즉 뇌는 정보를 처리하는 장치이고,
정보를 선택하고 방향을 정하는 주체는 의식이다.

■ 의식을 넘어선 존재, 영혼
그렇다면 의식이 곧 나일까?
의식은 ‘인식의 주체’에 대한 말이다.
그러나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는 작용을 일으키는 주체가 필요하다.
우리는 몸을 움직이고, 생각을 선택하며,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
이 주체는 단순한 신경 신호의 결과라기보다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로 경험된다.
동양 전통에서는 이를 혼(魂) 과 영(靈) 의 결합으로 보았다.
혼은 삶의 기억과 성향을 담아 활동하는 마음의 주체,
영은 존재의 근원적 생명성과 창조성을 의미한다.
이 둘이 결합된 존재를 우리는 영혼이라 부른다.
의학적으로 보면, 뇌는 정보 저장과 처리의 장치이지만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결정하는 존재는 뇌 그 자체라기보다 그 뇌를 활용하는 주체라고 볼 수 있다.
■ 내 몸은 ‘나’가 아니라 ‘내 것’
이 관점에서 보면 몸은 나 자신이 아니라
내가 사용하는 생명 도구다.
몸이 아프면 “내가 아프다”고 말하지만
실은 “내 몸에 통증 신호가 발생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분노가 올라와도
“분노가 일어났다”고 바라볼 수 있을 때
우리는 감정의 노예가 아니라 운영자가 된다.
이 깨달음은 건강에도 깊은 영향을 준다.
몸을 ‘나’로 동일시하면 병은 곧 존재의 위기가 되지만,
몸을 ‘내 것’으로 인식하면 우리는 치유를 선택하는 주체가 된다.
■ 건강은 영혼 운영의 신체적 결과
스트레스, 분노, 절망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신경계와 호르몬계에 영향을 주는 정보 명령이다.
반대로 평온, 감사, 사랑은 자율신경의 균형을 회복시키고 면역 기능을 높인다.
즉 건강은 단순한 육체 현상이 아니라
정보운영 주체의 상태가 몸에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 의학이 밝혀주는 자아는 마음, 정신 또는 영혼
의학은 몸의 구조를 설명하지만, 그 구조를 통해 오히려 더 근본적인 질문에 도달하게 한다.
뇌는 처리장치다
몸은 실행도구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인가?
정보를 선택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삶의 방향을 정하는 존재
그 존재를 우리는 마음, 정신, 혹은 영혼이라 부른다.
몸은 내가 아니다. 몸은 내 것이다.
나는 이 몸을 통해 세상을 경험하는 정보운영의 주체다.
이 자각은 단순한 철학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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