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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 칼럼리스트] 관계가 스트레스가 되지 않으려면

기사입력 2024.02.1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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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니?”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지인이 던지는 첫 마디는 변함이 없다. 짧은 순간 어떤 대답을 할까 망설이게 된다. “어디니?”라는 말에는 난 지금 너의 시간이 필요해.”라는 의미가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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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공유한 세월만큼이나 가족보다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는 막역한 사이였다. 그 세월 때문이었을까 지인은 늘 자신의 시간에 나를 마음대로 끼워 넣으려고 했던 것 같다. 갑자기 시간을 내라는 말에 바쁘다는 나의 말은 들리지 않는 듯했고, 자신의 시간에 맞춰주기를 원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궁여지책으로 핑계를 대곤 했었던 씁쓸한 기억이 있다.

     

     

    이 시기를 떠올릴 때면, 나는 왜 소극적으로 피하기만 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오히려 미안함을 느끼기까지 했으니, 나를 인정해 달라거나, 적당히 거리 두기가 중요하다는 사실조차 생각하지 못했으리라.

     

     

    살다 보면 수많은 관계가 맺어질 수밖에 없다. 오랜 시간 지속하는 관계들은 함께 즐겁고, 함께 성장해 나가며 서로 좋은 영향을 끼친다. 물론 모든 만남이 저울로 재는 것처럼 균형을 맞출 수는 없지만 한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관계 앞에 위기가 오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한다.

     

     

    막심 만케비치의 <소울 마스터>에는 “<이 사람>이 아니라 <내 사람>이라고 말할수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당신 소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은 자유의지가 있기 마련이다. 사람은 자신이 선택하고 의도한 대로 살기를 바라며, 그런 삶에서 행복을 느끼는 존재이다. 그런데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 내 시간을 마음대로 쓰려고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바탕으로 한 존중과 신뢰는 아름다운 관계의 첫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 누구도 소유할 수 없으며 소유 당하는 것을 싫어하는 자유의지를 가진 사람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그러기 위해선, 모든 관계에는 적당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해도 상대가 원하지 않는 선은 넘지 않는 예의는 지켜야 한다. 우리는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가 좋은 영향을 나누고, 긍정적이며 성장하길 원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건강하고 행복한 관계를 위해서도 거리 두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과목이라생각한다.

     

     

    어디니?”라며 전화를 하던 지인과는 여전히 잘 지내고 있지만,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나의 불편해하는 마음을 알아봐 주었고, 나 역시 내 생각을 피하지 않고 말하기 시작했다.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한 사람이 아니라 관계 속에 있는 사람 모두 자기의 역할을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편해진 관계가 있다 해도 필요 없는 자책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자책은 모든 판단을 흐리게 할 뿐 아니라 발전하는 관계를 만드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책이 아니라 서로의 자유로운 삶을 존중하는 마음과 건강한 관계 유지를 위한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지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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