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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논단] 成己成物과 守心正氣: 자기완성에서 세계구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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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동학논단] 成己成物과 守心正氣: 자기완성에서 세계구원으로

1. 두 개의 길, 하나의 지향

 

중용25장에서 말한다. "성자물지종야(誠者物之終也), 불성무물(不誠無物)" - 성실함은 사물의 완성이며, 성실하지 않으면 사물도 없다. 그리고 이어서 "시고군자 성기물야(是故君子 誠其物也)"라 하여, 군자는 자기 자신을 성실하게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고 했다. 바로 여기서 성기성물(成己成物)의 이중구조가 드러난다. 자기를 완성하는 것(成己)과 사물을 완성하는 것(成物)이 하나의 과정 안에서 통합되는 것이다.

 

최제우는 동경대전』 「수덕문(修德文)에서 "수심정기(守心正氣)"를 말한다. 마음을 지키고 기운을 바르게 한다는 이 네 글자는 단순한 개인 수양의 차원을 넘어선다. 논학문(論學文)에서 "내유신령(內有神靈) 외유기화(外有氣化)"라 했듯이, 안으로 신령을 품고 밖으로 기화를 드러내는 것, 이것이 바로 동학 수행의 핵심이다.

 

언뜻 보면 중용의 성기성물은 유가적 덕치의 논리이고, 동학의 수심정기는 종교적 수행론처럼 보인다. 그러나 두 개념은 놀랍도록 유사한 철학적 구조를 공유하고 있다.

 

2. 내재성과 초월성의 변증법

 

중용의 성()은 천도(天道)이자 인도(人道). 하늘의 본성이 곧 사람의 본성이며, 그것을 실현하는 것이 성이다. 성기(成己)는 이 천명지성(天命之性)을 온전히 실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용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성기이성물(成己而成物)"이라 하여, 자기완성은 필연적으로 타자의 완성으로 확장된다. 이것은 단순한 이타심이 아니다. 천지만물이 하나의 기()로 연결되어 있다는 존재론적 통찰에 근거한다.

 

동학의 수심정기 역시 같은 구조를 보여준다. 최제우가 말한 "시천주(侍天主)"는 천주를 내 안에 모신다는 뜻이다. 이것은 내재적 초월, 혹은 초월적 내재라는 역설적 구조다. 천주는 밖에 있지 않고 내 마음 안에 있다. 그러므로 수심(守心), 마음을 지킨다는 것은 곧 천주를 모시는 일이다. 그리고 이 마음이 바르게 지켜질 때 기운도 바르게 된다(正氣).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이 개인에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논학문에서 "군자지학 시이성심(君子之學 始以成心)"이라 했다. 군자의 학문은 마음을 이루는 데서 시작한다. 그러나 그것은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유가적 확장 논리와 연결된다. 수심정기는 개인 수양에 그치지 않고, "다시개벽(更始開闢)"이라는 우주적 변혁으로 나아간다.

 

3. 자기완성의 사회적 차원

 

성기성물과 수심정기가 만나는 지점은 바로 여기다. 둘 다 자기완성과 세계변혁이 분리될 수 없다고 본다. 중용의 군자는 성을 통해 자신을 완성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만물을 완성하는 일이다. "찬천지지화육(贊天地之化育)" - 천지의 화육을 돕는다는 표현에서 보듯, 인간의 자기완성은 우주적 창조 과정에 참여하는 일이다.

 

최제우의 동학 역시 마찬가지다. 수심정기는 단순히 개인의 영성을 높이는 기술이 아니다. 최제우는 당대의 사회적 모순 - 신분제의 부조리, 민중의 고통, 외세의 침략 - 을 목격했다. 그가 제시한 "인내천(人乃天)" 사상은 모든 사람이 하늘을 모시고 있다는 선언이다. 그러므로 수심정기를 통해 내 안의 천주를 깨닫는 것은, 동시에 타인 안의 천주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사인여천(事人如天)" - 사람을 하늘처럼 섬긴다는 동학의 핵심 윤리다.

 

4. 수행과 실천의 통일

 

중용은 박학(博學), 심문(審問), 신사(愼思), 명변(明辨), 독행(篤行)의 다섯 단계를 제시한다. 배우고, 묻고, 생각하고, 분별하고, 실천하는 이 과정은 성()에 이르는 길이다. 그런데 마지막 단계인 독행(篤行), 독실하게 행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아무리 많이 배우고 깊이 생각해도 실천하지 않으면 성이 아니다. 성기성물은 추상적 이념이 아니라 구체적 실천이다.

 

동학의 수심정기 역시 실천적 수행론이다. 최제우는 제자들에게 주문(呪文)을 외우고, 청수(淸水)를 모시고, 지극한 정성으로 수련할 것을 가르쳤다. 그러나 이것은 개인적 명상에 그치지 않았다. 동학 2대 교주 최시형은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가르침을 "어린아이를 때리지 말라"는 구체적 실천으로 연결시켰다. 3대 교주 손병희는 수심정기의 정신을 3·1운동이라는 민족적 실천으로 승화시켰다.

 

5. 21세기적 재해석

 

오늘날 성기성물과 수심정기는 새로운 의미를 요청받고 있다. 개인주의가 극단화되고 공동체가 해체되는 시대에, 자기완성과 타자완성이 분리될 수 없다는 이 두 사상은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현대인은 자기계발에 몰두한다. 그러나 그것이 자기만의 성공으로 귀결될 때, 성기(成己)는 있되 성물(成物)은 없다. 진정한 자기완성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만 가능하다. 나의 성공이 타인의 실패 위에 건설될 때, 그것은 중용이 말하는 성()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수심정기는 단순한 마음 챙김(mindfulness)이나 명상 기법이 아니다. 마음을 지킨다는 것은 내 안의 하늘을 지키는 것이며, 그것은 필연적으로 타인 안의 하늘을 인정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정기(正氣), 바른 기운은 개인의 건강을 넘어 사회의 정의로 확장된다.

 

6. 하나의 길

 

성기성물과 수심정기. 하나는 유가의 언어로, 다른 하나는 동학의 언어로 말하지만, 결국 같은 진리를 가리킨다. 자기를 완성하는 것과 세계를 완성하는 것은 둘이 아니다. 마음을 지키는 것과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은 별개의 일이 아니다.

 

최제우는 "개벽"을 말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개벽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수심정기하며 자기 안의 하늘을 깨달을 때, 그것이 모여 새로운 세상이 된다. 중용이 말한 "천지위위(天地位位) 만물육언(萬物育言)" - 천지가 제자리를 잡고 만물이 자라는 세상, 그것이 바로 성기성물의 완성이며 수심정기의 결실이다.